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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中 디스플레이 기업
‘기울어진 운동장’서 고군분투하는 韓 기업들
韓 정부 지원으로 개발한 최첨단 OLED 장비 중국행
“韓,OLED 종주국 지키려면 기술 보호,규제 필요”
”만약 미국에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단 하나라도 있었다면 중국의 디스플레이‘굴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국 BOE의 OLED 패널 생산라인 내부./BOE 
국내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의 한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표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과 달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미국 정부의 관심 밖입니다.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BOE,한세아 월드컵차이나스타(CSOT) 같은 기업들이 사실상‘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보다 월등하게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이자 한국의 최대 경쟁자로 부각된 BOE는 지난 수년간 낮은 가격과 높은 불량품 비율로 생기는 손실을 막대한 정부 보조금으로 메워왔습니다.정상적인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국가였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운영 구조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을 이어가는 비결이 정부 보조금입니다.BOE가 지난해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을 지을 때 투입된 약 12조원의 자금 중 60~70%가 보조금과 정부의 저리 융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6세대 공장은 세계 OLED 산업의‘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중요한 기점입니다.기존 6세대 공장에서 8.6세대로 확장되면 단순 면적이 2배 이상 커져 면취율(패널을 잘랐을 때 가용 면적 비율)이 1.6배 이상 향상됩니다.13인치 패널을 제작할 경우 6세대는 42장을 건질 수 있다면,한세아 월드컵8.6세대는 92장이 나오는 셈입니다.기존 모바일,한세아 월드컵TV에 이어 모니터,노트북,태블릿 등 IT용 OLED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8.6세대 공장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OLED 산업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아쉽게도 우리 정부는 중국의 대대적인 8.6세대 OLED 공장 투자로 산업의 세계 OLED 시장의 맹주 자리를 놓칠 수 있다는 심각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오히려 정부의 국책과제 투자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성장 방향이 중국 OLED 산업 성장에 직간접적으로 이익을 안겨주는‘자책골’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선익시스템이 중국 BOE와 협력해 8.6세대 증착기를 납품한다고 공표한 것입니다.OLED 증착기는 OLED 패널 생산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장비로 현재 일본의 캐논토키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습니다.역설적인 점은 선익시스템의 8.6세대 장비 개발이 과거 국책과제로 선정돼 정부 자금이 투입돼 완성됐다는 것입니다.쉽게 말해 정부가 혈세를 통해 지원한 개발한 8.6세대 OLED 증착기가 중국 BOE의 OLED 산업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선익시스템의 8.6세대 증착기는 일본 캐논토키 장비에 비해 아직 검증이 덜 된 것으로 알려졌으나,한세아 월드컵가격이 캐논토키 대비 20~30% 더 저렴하며,한세아 월드컵캐논토키에 비해 더 적극적인 장비 개발 협력을 통해 BOE를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들이 지원해 소부장 생태계를 강하게 육성해야 한다는 정책 초기의 취지가 무색해진 가운데 국내 장비업체들은‘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국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 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삼성,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품질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 국산 장비만을 고수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가령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장비 투자를 단행할 때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삼성 측에‘캐논토키의 증착기가 아니면 거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일화도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경영진은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업계에선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한국 LCD 산업을 중국에 빼앗긴 것처럼 OLED 역시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실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지난 3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 참석에 앞서 “중국과 한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며 “2007년은 LCD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으나 지금은 한국 LCD가 자취를 감췄고,이제는 OLED 종주국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 OLED 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기술 유출 방지,장비 수출 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특히 디스플레이를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포함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국의 굴기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정작 지난 1월 통과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는 디스플레이가 빠진 상태입니다.
한편 국내외 전문가들과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OLED 시장이 아직도 더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최주선 사장도 앞서 “이제 개화를 시작한 폴더블과 IT,확장현실(XR),자동차 등 새로운 응용처와 결합해 세분되고 고도화된다면 스마트폰,TV 중심이던 지난 10년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