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l error: Could not resolve: clients1.google.com (Could not contact DNS servers)
emr-l - 2024년 실시간 업데이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저자… 변호사에서 무용수로 변신해 활동
장애를 능력으로 바꾸는 안무…‘정상성’이란 사회 논리에 화두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김원영 지음/359쪽·1만9000원·문학동네
‘턴아웃 동작’은 고관절을 바깥으로 돌려 양발의 뒤꿈치를 서로 맞붙게 하는 발레의 기본 자세다.발끝을 세워 몸을 곧추세우는 푸앵트 동작은 19세기에 발명된 후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선보여야 하는 필수 동작이 됐다.둘 다 두 발을 땅에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는 신체여야 가능하다.걸을 수 없어 기어다녀야 하고,다리를 쓰지 못해 상체보다 한참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이라면 엄두를 낼 수 없다.
선천적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도덕규범 없이 장애인의 몸이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어렸을 적 그의 경험에 따르면 답은‘아니요’다.어머니는 그에게 “손님이 있을 땐 기어다니지 말라”고 조심스레 말했고,장애로 툭 튀어나온 손자의 가슴을 쓸어내린 할머니는 “(더 이상) 불거지지 말라”고 기도한다.
자라면서 차별의 경험을 켜켜이 쌓아온 저자의 눈에는 무력한 자신보다 민첩하게 달려와 휠체어를 들어주는 비장애인 친구의 몸이 더 아름답다.신체 대신 언어에 의해 능력이 좌우되는 변호사를 직업으로 택한 것도 그래서다.그는 전작‘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등을 통해 글 잘 쓰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2020년부터 무용수 겸 공연 창작자로 살아가고 있다.말에 기대는 변호사 대신 순수한 몸의 아름다움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도전을 택한 것이다.처음엔 신체의 한계에 부딪혔지만,점차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정상성’이란 사회의 논리에 저항하고 있다.발레리노가 발레 동작은 더 잘하겠지만,그가 공연한‘현실원칙’안무 중 기어다니는 동작은 쉽게 따라 하지 못할 것이다.저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몸은‘능력’측면에서는 지극히 불평등하지만,emr-l제각기의‘힘’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온전히 평등하다”고 말한다.
개인의 경험에서 확장해 춤의 역사를 다룬 점도 인상적이다.예컨대 비유럽계 이민자나 장애인 등을 전시품으로 등장시킨 유럽과 미국의‘프릭쇼,emr-l한국 전통무용 중 장애인을 호출한‘병신춤’등이 대표적이다.이처럼 타자화된 몸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복잡하다.프릭쇼가 장애 차별적인 착취임이 분명하지만,한편으로는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이 직업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비정상의 몸이 이른바‘정상’의 시선과 제약에만 묶여 있던 건 아니다.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전통 무용수 김만리는 중증 장애인의 몸으로 신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레오타드만 입은 채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파격을 시도한다.장애인의 신체적 특징을 활용한 영국 캔두코 무용단,emr-l자기 의도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드러낸 배우 백우람의 사례도 나온다.독자들은 서로 다른 몸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운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