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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국가 시에라리온이 조혼을 엄격히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다.이를 어기면 1인당 국민총생산(GDP)의 10배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한다.국제인권단체는 환영하면서 조혼 악습이 만연한 아프리카에 새로운 본보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줄리어스 마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전날 밤 18세 미만 소녀와의 결혼을 범죄로 규정하고 위반 시 최소 15년의 금고형이나 4000달러(약 552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조혼을 묵인하거나 강요한 소녀의 부모뿐 아니라 결혼식 주례자와 하객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아프리카 다른 국가의 유사한 법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2023년 기준 시에라리온의 1인당 GDP가 433달러(약 59만원)인 점으로 볼 때 상당한 수위의 처벌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시에라리온에서 18세 미만 기혼 소녀는 약 80만명이다.이는 전체의 30%에 달한다.이중 절반은 만 15세가 되기 전에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시에라리온 소년들의 18세 미만 결혼 비중이 4%에 불과하다고 전했다.18세 미만 소녀들의 조혼 상대는 대부분 또래가 아닌 나이 많은 남성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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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혼에 따른 폐해도 상당하다.소녀들의 사회적·신체적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이른 출산으로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시에라리온 15~19세 소녀들의 주요 사망원인이 임신 합병증이다.
유엔은 매년 최소 1200만명의 18세 미만 소녀들이 조혼의 희생자가 된다고 밝혔다.전 세계적으로 6억5000만명 이상의 조혼 소녀들이 있는데 이 중 45%인 2억9000만명이 남아시아,할레20%에 해당하는 1억2700만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 있다.
시에라리온의 이번 법안 시행은 영부인인 파티마 마다 비오 여사의 영향이 크다.배우 출신인 그는 비오 대통령과 2013년 결혼했으며 그간 조혼 반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비오 대통령은 영부인과 딸이 지켜보는 앞에서 법안에 서명한 뒤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나는 항상 시에라리온의 미래가 여성이라고 믿어왔다”면서 “현재와 미래 세대의 소녀들은 시에라리온에서 보호받고,평등을 누려야 한다”고 했다.
HRW 베티 카바리는 “시에라리온 법안이 탄자니아와 잠비아 같은 나라들이 조혼 허용 법률을 폐지하고 소녀들이 중등 교육을 마칠 수 있게 하는 길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 박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