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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돌봄,구멍을 메워라 <1회> 병원 있는 곳에 인구 있다원정 출산도 모자라 원정 진료… 아이가 열만 나도‘가슴 철렁’
●고성→속초·강릉으로 원정 진료
박씨 집에서 가장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는 속초에 있다.30㎞ 거리다.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50분 이상 걸린다.자녀가 고열이 나거나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할 때는 속초보다 더 먼 강릉을 찾는다.속초에는 입원이 가능한 소아청소년과가 드물고 어린이치과도 없어서다.강릉은 고성에서 100㎞ 가까이 떨어져 있다.늦어도 오전 6시 30분 이전에 집을 나서야 소아청소년과 문 여는 시간에 겨우 맞출 수 있다.박씨는 “속초나 강릉 모두 새벽 댓바람에 출발해도 병원에 닿으면 이미 대기 인원이 수십명”이라고 하소연했다.
●추가 검사 받으면 하루 다 지나가
박씨가 아이들 진료를 위해 소아청소년과를 다녀오려면 이동 시간,대기 시간,진료 시간 등 최소 5시간가량 걸려 반나절 이상 시간을 비워야 한다.대기가 길어져 점심시간을 지나거나 추가 검사를 받으면 하루가 다 간다.
박씨는 “장거리 운전을 하며 아이들까지 챙기려면 남편까지 온 가족이 출동해야 한다”며 “남편이나 저나 모두 항상 연차가 부족해 허덕이고 짧은 기간에 연달아 휴가를 내야 하는 경우도 적잖아 직장에 눈치도 보인다”고 푸념했다.
고성에는 산부인과도 없어 박씨는 두 아이 모두 원정 출산을 했다.첫째 아이는 속초의 산부인과에서 분만해 비교적 수월했다.하지만 둘째를 낳기 위해 집에서 3시간 거리의 상급 종합병원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한 달간 입원해야 했다.당시 고위험 산모에 속하는 30대 후반이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원정 출산이나 진료로 인해 불편한 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것”이라며 “아이가 아픈 것을 보고 있는 것도 힘든데 아픈 몸으로 오랜 시간 차에서 시달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다.
전북 장수에 거주하는 김민경(40·가명)씨는 초등학생 자녀가 살짝 열이 나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두통이나 인후통처럼 가벼운 증상이면 인근 내과나 보건의료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그러나 독감,폐렴 등 증상이 심하면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전주까지 나가야 한다.김씨는 “전주의 큰 병원에서 진료받으려면 이동 시간과 대기 시간 등을 포함해 적어도 3시간이 걸린다.몸이 멀쩡한 부모도 힘든데 아픈 아이는 오죽하겠냐”고 하소연했다.
보건의료원 소아청소년과는 평일 주간에만 운영돼 야간이나 휴일에 아이가 아프면 응급실이나 전주의 대형 소아청소년과로 가야 한다.김씨는 “아이든 어른이든 밤낮과 요일을 가리며 아플 수 있냐”며 “맘 편히 휴일을 보내지 못한 게 10년이 넘었다”고 토로했다.이어 “농촌보다 수도권에 병원이 몰리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원정 진료를 다니다 보면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 가운데 상당수는 소아청소년과가 아예 없거나 미미하다.고성처럼 소아청소년과가 전무한 시군은 강원 양양,대구 군위,충북 영동·괴산·단양,충남 예산,전남 담양·보성·함평·신안,경북 영양·청도,경남 하동 등 14곳에 이른다.모두 농어촌 지자체다.장수를 비롯해 충북 옥천,충남 서천,전남 장흥,경남 창녕,동행복권1114경북 청송,강원 횡성 등 46곳은 각각 1~2개에 그치고 있다.
이경희 강원도 복지보건국장은 “소아과를 전공한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강원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민간 영역인 병의원 개설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야간 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 확대,보건소 공중보건의 배치 등을 추진하는 등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