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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ETF 10개 중 1개만 국내주식…"밸류업 안먹혔다"
해외주식·채권 등에 86.3% 쏠려
올해 상반기 출시된 상장지수증권(ETF) 중 국내 주식 흐름을 추종하는 상품은 1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국내 기업들이 증시에서 '제 값'을 받도록 하겠다는 밸류업 정책이 추진된 시기였음에도,시장에서는 여전히 해외로 눈을 돌린 셈이다.
26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O)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신규 상장된 ETF는 총 73건이었다.이 중 42개(57.5%)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었고 국내외 채권 관련 상품이 19개(26%),국내주식 추종 10개(13.7%),테슬라주가리츠 투자 상품 2개(2.7%) 순이었다.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ETF 10개 중 7개는 지난 2월 26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전에 상장됐다.종류로 따지면 10개 중 4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기업을 담는 상품이었고,저평가 주식이나 배당주에 투자하는 ETF는 'KoAct 배당성장액티브',테슬라주가'HANARO 주주가치성장코리아액티브','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등 3개 뿐이었다.
정부는 지난 2월 26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겠다며 기업의 자발적인 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핵심은 국내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인 공시 등으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알리도록 하고,주주환원도 확대해 투자 유인을 높이겠다는 것이다.국내 기업이 실제 가치보다 매우 저평가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나온 해결방법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 자산운용사 등 시장 참여자들은 '저평가 상태'라는 국내증시 보다는 연일 고점을 새로 쓰고 있는 미국 증시에 계속 집중했다.신규 상장 ETF 대부분이 미국 증시에서 애플,테슬라주가엔비디아,테슬라 등 반도체·빅테크·AI 기업을 담는 상품이었다.미국 기업 중 원유·에너지나 기후테크,제약(비만치료제 등) 등을 테마로 하거나,중국과 인도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 등 향후 폭발적인 상승에 베팅하는 형태도 있었다.미국 기준금리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단기 금리를 추종하는 채권 등으로 구성된 파킹형 ETF도 양산됐다.
금융당국 출신의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ETF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신상품을 낼 때 트렌드 변화나 시장 흐름을 빠르게 반영한다"며 "밸류업 정책으로 일부 저PBR 종목이 들썩였음에도 관련 상품 출시가 따라주지 못한 것을 보면 시장은 우리 기업들이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저가치'라고 본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정책이 다소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상반기에 일부 운용사들은 저PBR 종목 등 밸류업 정책의 취지에 맞는 ETF 구성을 시도했지만 당국이 '밸류업' 문구 사용을 금지하면서 출시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금감원은 펀드 명칭이나 투자전략,펀드 홍보 등에 '밸류업' 문구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하반기에 거래소에서 정식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내놓을 때까지 관련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증시에 비해 해외가 워낙 좋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내주식 ETF가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밸류업 기대감이 한창이던 초기에 ETF를 내놨어도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데,현재로서는 기업에 직접적 세제혜택 등도 확실치 않아 당분간 투자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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