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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2년 통계 분석
미등록 건설 외노자만 30만명인데
산재 신청 2년반 동안 1324명뿐
외국인 근로자 신청 중 6%도 안돼
강제출국 불안···개인합의 대다수
언어장벽으로 사고 예방도 어려워
[서울경제]
리튬전지 공장 화재 사고로 18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희생되면서 각종 노동 현장에서 크게 늘고 있는 외국인 노동 인력의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그동안 노동계 안팎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일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특히 불법 체류(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일수록 이 상황이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5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외국인 근로자 산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2만 2361명에 달했다.하지만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신청은 5.9%(1324명)였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의 산재 은폐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부분이다.업계에서는 건설 현장에서만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약 30만 명이 일하는 것으로 추산한다.건설업은 매년 사망 산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고위험 현장이다.당시 분석대로라면 약 3년간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신청율은 0.4%(건설업 30만 명 기준)에 불과한 셈이다.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는 합법적으로 일하더라도 열악한 숙소,임금 체불,강제 노동 등 다양한 문제의 당사자였다.사고 위험이 높은 오래된 설비로 일을 하더라도 고용 불안,언어 미숙 등으로 제대로 문제 제기를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결국 산재 보상보다 개인 합의인 공상 처리를 하는 외국인 사업장이 많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게다가 외국인 근로자는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사업장별로 외국인 근로자 산재 승인 비율을 분석한 결과 근로자 5인 미만 기업이 29%,근로자 5~30인 미만 기업이 38%를 차지했다.AP통신·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외국인 근로자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맡고 있다‘수십 년간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산재 보호 대책보다 단속을 강조하고 있다.물론 현행 제도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산재 치료를 우선 받도록 했다.하지만 치료를 마친 이들에 대한 정보를 강제 출국 업무 담당인 출입국사무소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는 전언이다.이 때문에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는 산재 신청을 해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송은정 이주노동희망센터 사무국장은 “그동안 단속에 적발된 근로자가 산재를 인정받아 출국이 연기된 경우를 듣지 못했다”며 “출국 연기는 비자를 획득한 외국인만 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등록 이주민이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 교육 강화도 필요하다.올해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이 발표한‘외국인 근로자의 산재현황 파악 및 제도개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입국 근로자는 입국 후 15일 내 취업교육기관에서 16시간 취업 교육을 받는다.그러나 산업안전 교육은 4~5시간에 불과한 실정이다.그나마 이 교육은 현장에서 직무 체험이 아니라 비안전 전문가가 담당하는 교재 위주 강의다.
노동계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을 더 풀어야 한다고 제안한다.외국인 근로자가 이직을 자유롭게 해야 사업주 스스로 이들을 고용하기 위해 임금과 복지,안전 강도를 높인다는 것이다.하지만 2021년 헌법재판소는‘외국인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는 게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에게 더 심한 산재 은폐는 사업장이 안전하게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다”며 “법으로 고의적인 산재 은폐를 처벌할 수 있지만 정부의 단속 의지 부족 등으로 실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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