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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만찬서 추인 예상됐으나 합의 실패…이달 말 정상회의로 결정 미뤄
"폰데어라이엔 연임,월드컵 도어즈여전히 유력"…상임의장 임기 등 놓고 갈등 불거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베를린=연합뉴스) 서혜림 임지우 기자 김계연 특파원 = 유럽연합(EU) 정상들이 17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연임을 포함한 주요 직 인선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달 말 열리는 정상회의로 결정이 미뤄지게 됐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저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정상들의 비공개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밤 합의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유럽 외교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날 만찬에서 정상들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을 추인할 계획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미셸 상임의장은 만찬 이후 합의된 내용은 없다면서 "좋은 대화였고,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만찬의 목적은 애초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6월 말까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우리의 공동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한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정상들이 이달 27∼28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협상자들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 주요 직책 후보에 대해서는 우선 뜻을 모았으나,정상회의 상임의장직 임기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EU의 한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폰데어라이엔이 속한 집권 유럽국민당(EPP)이 폰데어라이엔의 연임과 함께 차기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직 임기(5년)를 2년 반으로 쪼개고 그 중 하나를 EPP의 몫으로 달라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에 안토니우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를 상임의장으로 추진해 온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반발해 협상이 중단됐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이날 합의는 불발됐지만 유럽의회 선거 초기부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연임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EU 전신인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 이래 여성으로는 처음 행정부 수반에 오른 그는 연임 확정 시 또 한 번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앞서 관련 사안에 정통한 한 EU 고위 외교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무도 다른 결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그녀를 위해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EU 수장들이 폰데어라이엔의 연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EU 지도부 구성 권한은 EU 27개국 정상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있다.다만 EU 기본법 격인 리스본 조약은 '집행위원장 지명 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EU는 조약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정치그룹(교섭단체) 대표 후보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선 고려하는 슈피첸칸디다트(Spitzenkandidat·선도 후보) 제도를 도입했다.

EU 정상들은 이달 27~28일로 예정된 공식 정상회의에서 위원장 임명과 관련한 최종 합의를 한 뒤 다음 달 셋째 주 유럽의회에서 임명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임명안 가결을 위해선 의회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지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월드컵 도어즈극우의 약진에도 EPP를 비롯한 중도 주류파 정치그룹들이 과반을 유지해 연임이 추인될 경우 표결 절차도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EU 정상들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힘을 싣기로 한 것은 현재 유럽이 처한 대내외 환경의 불안정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FT는 "EU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월드컵 도어즈중국과의 긴장,주요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유럽 국가들이 변화보다는 연속성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미국과 EU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 등을 들어 연임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EU내 가장 영향력 있는 3대 주요국인 프랑스와 독일,이탈리아 정상들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암묵적 수용 의사를 피력했다고 FT는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만찬에 앞서 집행위원장 자리에 대한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초 대안을 검토했으나 자국 조기 총선 여파로 EU의 안정을 선호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유럽의회 내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EPP가 위원장을 제안한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언급하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다만 숄츠 총리를 비롯한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극우세력과 연정을 꾸릴 경우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 소속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와 이념적으로 상충한다.독일 국방장관 시절 장비 부족을 숨기려고 빗자루에 페인트를 칠해 기관총을 대체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직무 능력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아 자국 지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EU 정상들의 비공개 만찬에서는 집행위원장 외에 EU 주요 직 인선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자들은 안토니우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가 차기 정상회의 상임의장 후보로,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보로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유럽의회 의장은 몰타 출신 로베르타 메촐라 현 의장이 연임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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