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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4배 신도시' 빈살만 5천억弗 프로젝트 휘청
유가 안정·사업비 급증에
사우디 정부 재정적자 확대
"공사 지연·축소 불가피
재조정 범위 곧 결정할듯"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초대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네옴(NEOM)' 프로젝트가 사우디 정부의 자금 조달 한계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사우디 정부에서 자문가로 활동하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조만간 네옴 프로젝트 재조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결정은 여러 요인을 토대로 내려지겠지만 '사업 재조정'이 있을 것이란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일부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지만,2026 월드컵 나라나머지 프로젝트는 지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네옴 프로젝트는 2017년 빈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으로 5000억달러(약 693조5000억원)를 들여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로 10개의 미래형 도시와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완공 목표는 2030년이다.

네옴 프로젝트는 석유 산업에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고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는 차원에서 기획됐다.길이 170㎞에 이르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선형 도시 '더 라인',해상 부유식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홍해의 휴양지 '신달라'의 4개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빈살만 왕세자는 2022년 7월 네옴 프로젝트에서 가장 상징적 도시인 '더 라인'의 세부 구상을 발표하면서 길이 170㎞,2026 월드컵 나라폭 200m,높이 500m에 달하는 거대한 직선형 도시에 2030년까지 주민 100만명을 수용하고,2045년까지 거주 인구를 90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진정되면서 사우디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화됐다.이에 사업비를 대던 사우디 국부펀드의 현금마저 부족해지면서 자금 조달 문제가 네옴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게 됐다.

사우디 재무부는 지난 5월 성명에서 올해 1분기 사우디 재정적자 규모는 124억리얄(약 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어나 6개 분기 연속 재정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790억리얄(약 210억달러) 재정적자에 이어 내년과 후년에도 재정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사우디의 재정적자는 2022년 말부터 국제유가 부양을 위해 석유 감산 조치를 본격화한 이래 지속되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사우디의 재정 균형 달성을 위한 적정 유가 수준은 배럴당 96.2달러가 돼야 하지만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다.

그간 네옴 사업 자금을 조달해온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도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지난해 9월 기준 PIF가 보유한 현금은 150억달러로 2000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PIF 자금 조달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채를 대거 발행하는 한편,2026 월드컵 나라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식 약 112억달러어치를 매각해 PIF에 차익을 안겨줬다.그럼에도 PIF가 네옴 프로젝트 등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지출하는 금액은 올해 400억~500억달러 선에서 내년 이후 연간 7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미국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팀 캘런 연구원은 "사우디 정부는 투자자가 보기에도 과한 사업을 놓고 투자를 설득해야 한다"며 "투자자 관점에서 궁극적인 수익이 어디에서 나올지 불확실해 PIF가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네옴 프로젝트 사업 규모 축소는 국내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앞서 2022년 11월 빈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사우디 정부는 한국 기업들과 290억달러(약 40조원) 규모 업무협약(MOU) 26개를 체결했고 이 중 상당수는 네옴 프로젝트에 관한 사업이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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