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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부터 칭기즈칸까지…유목민의 역사 다룬 책 '노마드'
[연합뉴스 자료]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그리스 연합군이 총공세를 펼쳐도 트로이 성문은 견고하기만 했다.그리스 최고 전사 아킬레우스 없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건 불가능했다.그리스 왕 아가멤논은 트로이 절세 미녀 20명,부산아이파크금과 황동으로 가득 찬 배(船),부산아이파크자신의 딸 등 엄청난 보상을 아킬레우스에게 제시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사랑하는 왕녀 브리세이스를 아가멤논이 데려간 데 대해 화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평판이 떨어진 데 대해 그는 분노했다.유목민이 거주하는 '스텝' 세계에서 온 영웅들은 돈보다 명예를 중시했다.아킬레우스의 혈관에도 그런 유목민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들에게 "삶은 금덩어리로 살 수 없다"는 신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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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인이자 작가인 앤서니 새틴은 신간 '노마드'에서 '일리아드' 속 일화를 유목민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해낸다.
1만2천년에 이르는 유목민의 역사를 다룬 이 야심만만한 책에서 아킬레우스는 흑해 북쪽의 초원 지역에서 온 초기 그리스인으로 등장한다.그에 따르면 트로이 전쟁에서 싸운 그리스인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민주주의를 만든 사람들이 아닌,'유목민'이었다.
유목민은 '성경'에선 양을 치는 아벨로,수메르의 서사시 '길가메시'에선 엄청난 용력을 지닌 엔키두로,'일리아드'에선 아킬레우스로 각각 얼굴을 바꿔 등장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처 없이 떠도는 그들은 지구의 반쪽을 차지한 지배자였다.힉소스인들은 고대 이집트를 한때 지배했고,스텝 지대에서 내려온 인도·유럽인 유목민은 인도를 정복했다.방랑자 족속이었던 페르시아인은 지중해부터 인더스강 유역까지를 통치했다.기원전 5세기 무렵,세계인구의 40%를 지배한 그들은 "엉겅퀴를 뜯어 먹던 종족에서 진수성찬을 먹는 종족"으로 발전했다.
기원전 2세기만 하더라도 유목민인 흉노의 세력은 만주에서 카자흐스탄까지 뻗어 있었고,스키타이는 흑해에서 카자흐스탄 알타이산맥에 이르는 땅 대부분을 지배했다.이들의 영토를 한데 모으면 로마제국이나 중국 한 제국의 영토보다도 거대했다.
정점을 찍은 건 몽골제국이었다.칭기즈칸과 그 후손들은 아시아에서부터 중부 유럽에 이르는 대제국을 일궈냈다.세계 최대의 통로인 스텝 회랑지대를 천하 통일한 것이다.봄을 알리기 전 헝가리 대평원에서 말을 타면 엄동설한이 닥치기 전에야 겨우 몽골에 도착할 수 있는,그런 엄청난 땅덩어리였다.
[이타르타스=연합뉴스]
저자는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방랑하는 우리의 "다른 반쪽"을 재평가하고,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가볍고 자유롭게 살았던 삶의 방식과 환경에 순응하는 태도,돈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는 마음가짐,그리고 재빠른 행동과 유연한 사고까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까치.이순호 옮김.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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