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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매립식 공항인 울릉공항 건설을 위해 절취 중인 울릉도 가두봉(해발 198m).부산 가덕도신공항 역시 가덕도 국수봉 절취를 통한 해상매립식 공항으로 건설된다.photo 울릉군
해상매립식 공항인 울릉공항 건설을 위해 절취 중인 울릉도 가두봉(해발 198m).부산 가덕도신공항 역시 가덕도 국수봉 절취를 통한 해상매립식 공항으로 건설된다.photo 울릉군


오는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부산 가덕도신공항에 빨간불이 켜졌다.국토교통부와 조달청이 가덕도신공항의 부지조성 공사를 맡을 사업자를 물색하기 위해 공고를 냈으나 1·2차 입찰 모두 유찰되면서다.지난 6월 24일 마감한 2차 입찰에는 토목시공능력 2위 현대건설(33%)과 3위 대우건설(24%)로 구성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응찰했으나,생바 성공 사례단독응찰로 인해 사업자 선정이 불발됐다.

조달청이 내건 '공사입찰설명서'에는 "재유찰될 경우 최종공고의 단독입찰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을 확률이 크다.다만 국토부 측은 "수의계약은 가능하다"면서도 "경쟁을 통해 우수업체를 선정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국책사업에 손을 들고 나서는 사업자가 드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드는 총사업비는 어지간한 대형건설사 연간 매출보다 큰 13조4900억원.이 중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이 들어설 부지조성에 드는 사업비만 무려 10조5300억원에 달한다.이런 수십조원대 나랏돈이 걸린 이른바 '노다지사업'을 토목시공능력 1위인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형건설사들이 손사래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짧은 공사기간이 첫손에 꼽힌다.조달청이 공고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기간은 오는 2029년 12월까지 불과 2190일(6년)에 그친다.



5년 예정 울릉공항도 난항

6년이란 공사기간은 현재 공사가 한창인 울릉공항을 놓고 봤을 때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다.울릉공항은 가덕도신공항의 사전테스트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총사업비 6651억원이 투입되는 울릉공항은 50인승 내외 소형항공기(ATR-42)가 취항하는 길이 1200m 활주로 1본을 갖춘 소형 공항이다.가덕도신공항과 마찬가지로 인근 산지를 절취한 토사로 해상을 매립한 뒤 육해상에 걸쳐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방식이다.울릉공항은 울릉도 가두봉(해발 198m)을 절취해 바다에 집어넣고,가덕도신공항도 가덕도 남단 국수봉(해발 264m)을 통째로 절취해 공유수면을 매립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토목시공능력 6위인 DL이앤씨(옛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수주한 울릉공항의 공사 예정기간은 총 60개월(5년).하지만 2020년 11월 착공해 당초 오는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한 울릉공항은 오는 2026년 12월 개항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DL이앤씨의 한 관계자는 "수주 이후 공사비가 많이 올랐다"며 "포항에서 구조물을 만들어 울릉도까지 배로 옮기는데,해상에서 작업하다 보니 조업 일수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지난 5월 8일에는 울릉도 가두봉을 절취해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토사가 붕괴돼 굴착기 인부 1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육지와 이어진 가덕도의 작업 환경이 울릉도보다 월등히 양호하다고 하지만,F급 항공기(B747-8,A380 등)가 뜨고 내릴 가덕도신공항은 활주로 길이만 3500m로 울릉공항(1200m)의 3배에 가깝다.가덕도신공항의 전체 면적도 666만9000㎡로 울릉공항(43만㎡)의 15배가 넘는다.활주로 높이는 가덕도 인근 부산신항을 드나드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항공기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하는 31.5m나 된다.해상매립식 공항인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과 나고야 주부공항의 활주로 표고(5m)의 무려 6배가 넘는다.

게다가 가덕도 일대는 최대 심도 40m의 대규모 연약지반으로 구성돼 있다.그만큼 토사 확보를 위해 절취가 필요한 산지는 더 넓고,매립해야 하는 해상면적도 월등히 넓다.이에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해 통째로 바다에 집어넣을 예정인 가덕도 남단 국수봉 하나만으로는 토사가 부족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아울러 가덕도는 여름철 태풍의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태풍의 세력이 약화돼 올라오는 울릉도도 태풍으로 구조물 설치 등 해상공사가 수차례 중단된 바 있다.

이 같은 악조건에도 가덕도신공항의 공기가 울릉공항과 별반 차이가 없자 국내 10위권 대형건설사들조차 대거 등을 돌렸다는 지적이다.무리한 공기를 맞추려 이른바 '돌관(突貫)공사'를 강행할 경우,부실공사는 물론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걸리는 등 어떤 변수가 터져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입찰에 불참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와 공기 문제,컨소시엄 구성 시 대형 업체를 2개 이내로 제한한 것 등으로 인해 참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물론 현대건설 측은 "많은 검토를 해서 6년 안에 가능하다고 보고 입찰에 참여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울릉공항 해상매립식 활주로 건설을 위해 바다에 설치한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케이슨).photo 울릉군
울릉공항 해상매립식 활주로 건설을 위해 바다에 설치한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케이슨).photo 울릉군


엑스포 무산됐는데 조기 개항?

이 같은 사단은 국토부가 당초 스스로 '2035년 6월'이라고 밝힌 개항 목표시점을 오는 2029년 12월로 무리하게 앞당기면서 벌어졌다는 분석이다.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말인 2022년 4월 가덕도신공항 추진계획을 밝히면서 개항시점을 오는 '2035년 6월'로 스스로 밝힌 바 있다.하지만 '2035년 6월'이란 개항시점을 두고 부산 지역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볼멘소리들이 쏟아지자,지난해 3월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의 배치방식을 거듭 바꾸면서 '2029년 12월'이란 새로운 개항 목표시점을 제시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계획에 따라 그보다 앞선 2029년 12월 개항이란 지상목표를 내건 것.가덕도신공항을 2030년 부산엑스포 개최 전 개항해 엑스포 관문공항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무리수'라는 지적은 국토부 내부에서도 공공연히 제기됐다.국토부 스스로도 "매우 도전적 과제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에둘러 어려움을 표현한 바 있다.이에 지난해 11월 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밀려 불발되자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한숨 돌리게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사실 가덕도신공항의 추진근거가 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서 딱히 신공항 개항시점을 못박은 것도 아니다.여직원 성(性)추행으로 낙마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로 치러진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통과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공항의 위치만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으로 못박았을 뿐,생바 성공 사례개항시기에 관해서는 '신속한 건설'이라고만 하고 구체적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다.만약 부산시가 오는 2035년 엑스포 유치에 재도전한다 해도 관문공항이 될 가덕도신공항은 2034년 말까지 건설해 개항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지금까지 '2029년 12월'이란 가덕도신공항의 비현실적 개항 목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 역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인 지난해 12월 부산을 찾아가 "가덕도신공항은 반드시 계획대로 제대로 개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활 시위를 떠난 화살"이라며 가덕도신공항을 재차 약속했다.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 7월 1일 민선 8기 출범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신공항 2029년 개항'을 공언했다.

尹,"반드시 계획대로 개항"

국토부와 부산시가 가덕도신공항의 2029년 개항을 고수하는 까닭은 엑스포 유치 실패로 악화된 부산 민심을 달래려는 목적도 있지만,김해공항 국제선 청사의 포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 벗어난 2023년 기준,김해공항의 연간 이용객(국내·국제선 포함)은 1369만명으로,인천공항(5613만명),제주공항(2909만명),김포공항(2342만명) 다음으로 많다.이 중 김해공항 국제선을 이용한 이용객은 652만여명에 달한다.올 상반기(1~6월) 김해공항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도 357만명으로 연말이면 전년 기록을 돌파할 태세다.

하지만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는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별개로 지난 4월 여객청사와 주기장,탑승구 등을 늘리는 확장공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운 상태다.가덕도신공항 별도 추진에 따른 중복투자와 매몰비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821억원을 들여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를 확장한 것.그 결과 김해공항의 여객터미널 면적은 기존의 7만2027㎡에서 8만9782㎡로 24.6% 확충됐고,국제선 청사의 연간 여객 수용능력은 기존 630만명에서 830만명으로 31.7% 증가하면서 시설 용량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김해공항 국제선 포화는 가덕도신공항 건설논란 장기화로 김해공항의 적기 시설투자가 늦어진 데 따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박근혜 정부 때 세계 3대 공항설계회사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제안에 따라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했을 때,당초 개항시점은 오는 2026년이었다.총사업비도 5조9600억원으로,가덕도신공항(13조4900억원)의 절반이 채 안 됐다.공사난이도도 김해평야 위에 활주로 1본을 추가하는 방식이라,산지를 절취해 해상을 매립하는 가덕도신공항에 비할 바 못 됐다."김해신공항 공사가 진행됐다면 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1표라도 더 받았을 것"이란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산 지역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 국토부가 굴복하고,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까지 제정해 대못을 박으면서 김해공항의 여객 처리능력을 가장 단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방법은 물거품이 됐다.김해공항의 이착륙 활주로 분리로 김해공항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기대도 무산됐다.가덕도신공항이 개항해도 국제선만 옮겨 가는 터라 국내선 항공기는 여전히 2002년 에어차이나 항공기 추락사고가 난 돗대산(해발 380m)을 낀 김해공항 활주로를 뜨고 내려야 한다.

여기에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 김해공항과의 공역(空域) 중첩이란 추가 부담마저 짊어지게 됐다.앞서 국토부는 2022년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최종보고서에서 "김해공항 비행절차 고도조정(3500→4000ft)이 필요하므로,기본계획 등 향후 단계에서 군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적시한 바 있다.한편 이 같은 논란에 국토부 측은 "공사기간은 기본계획 수립연구 용역과정에서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결정했다"며 "공기 단축에 대한 민간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안을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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