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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미국 뉴욕시 맨해튼 소재‘뉴욕 코리아센터’개원식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잠시 짬을 내‘자유이 여신상’을 만나러 갔다.맨해튼 남단 배터리공원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남쪽으로 20분쯤 파도를 헤치자 멀리서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이른 오전인데도 여신상이 있는 섬(리버티 아일랜드)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머리를 들어 여신상의 얼굴을 쳐다본다.높이가 땅 바닥에서 횃불 끝까지 93m,발바닥에서 횃불까지는 46m,발 뒤꿈치에서 머리까지는 34m라니 정말 거대한 모습이다.프랑스가 동맹국으로서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선물했고 공사 과정을 거쳐 1886년에 완공했다고 한다.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리버티 아일랜드의 북쪽에는 겨우 700m 거리에 또 다른 섬이 있는데 바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미국의 이민국 사무소가 있던 엘리스 아일랜드다.유럽 등지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온 사람들은 이 섬에 상륙해 검역과 신원확인 절차를 받아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대부2’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어린아이‘비토’가 천연두로 격리된째 쓸쓸히 여신상을 바라보던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또 영화‘타이타닉’에서 영국을 출발했던‘로즈’가 미국 땅에 처음 상륙했던 곳도 아마 이곳일 것이다.현재는 이민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과거 대서양을 건넌 사람들은 뉴욕주 롱 아일랜드와 스테이튼 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더 내로우스 해협(현재 미국에서 가장 긴 현수교라는‘베라자노 내로우스 브릿지’가 서 있다)을 지나 북쪽으로 어퍼뉴욕만으로 들어와서 자유의 여신상을 힐끗 보면서 이민국 사무소가 있던 엘리스 아일랜드에 상륙했다.해협에서 엘리스섬까지는 겨우 10㎞다.이곳를 통과하면 공식적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앞의 사례에서도 미국은 프랑스와 영국,이탈리아 등의 문화를 흡수해 독특한 미국 문화를 만들었다.엘리스 아일랜드의 이민국은 폐쇄됐지만 여전히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상징으로 남아있다.이곳 바다는 이민사 뿐만 아니라 미국사 전체를 음미할 수 있는 핵심 관광 지역이다.
그럼 21세기는 어떨까.미국이 여전히 초강대국이고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고 평가된다.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이 이런 미국에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시험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정치·경제와 함께 최근 중요도를 더하고 있는 문화에서는,적어도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아일랜드 급(級)의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평가된다.바로 지난달 27일 뉴욕의 맨해튼 32번가에서 공식 개원한‘뉴욕 코리아센터’다.
뉴욕 코리아센터에는 한국문화원,한국관광공사,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문화예술·관광·콘텐츠 관련 기관들이 입주해있다.지하 2층,지상 7층으로 된 단독 건물에는 이들 기관 외에 공연장,전시장,도서관,u-20 월드컵 일정 중계한식체험장 등의 부속 시설이 있다.주위의 삭막한 콘크리트·벽돌 건물과는 달리 외부 유리벽이 신선한 자연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코리아센터로는 LA와 상하이,도쿄,u-20 월드컵 일정 중계베이징,파리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라고 하지만 뉴욕이라는 비중을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한국인과 국제문화의 교류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08년 부지 확보부터 이날 개원식 마무리까지 무려 16년의 기간이 소요됐다고 한다.개원식에 참석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맨해튼에서 건물 짓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않느냐.허가도 힘들고 공사에도 난관이 있고 고비도 있고 많은 과정을 거쳤다”고 회고했다.센터 부지를 구입했을 때는 그의 첫번째 문체부 장관 때였다.뉴욕 코리아센터라는 건물을 세우는 것뿐만이 아니라,미국에서 다른 나라 문화가 성장하는 데 대한 어려움도 함께 지적한 셈이다.
유 장관에 따르면 그 자신이 젊었을 때 외국으로 공연을 자주 다녔는데 그때는 한국대사관이나 문화원이 도움은 커녕‘코빼기도 안 비쳤다’고 한다.물론 지금 자신이 수장인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의 문화 지원은 그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가 직접 뉴욕까지 찾아온 것도 정부의 역할을 지지하기 위해서다.우리나라 외교나 문화 기구들의 태도가 교류와 지원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국내 공연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처음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단독 프로듀서를 맡은 뮤지컬‘위대한 개츠비’공연을 6월 26일 맨해튼 53번가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유 장관이 직관하면서 증명한 것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겠다.
뮤지컬 작품 제작자는 한국인이지만 출연 배우는 모두 미국 현지인,공연장도 미국내,그리고 모든 대사도 영어로 한다.미국 고전소설 작품에 K뮤지컬 기술이 접목된 것이다.지난 4월 25일 첫 공연을 시작했으며 이날도 전체 1500여 석이 가득 찼다.일반 관객이야 누가 뮤지컬을 제작했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듯하다.유 장관은 이날 “든든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면서 공연을 봤다”며 감탄했다.
이제 뉴욕 코리아센터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고 또 세계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거점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과거 유럽인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미국을 꿈꿨듯이 이제 한국인들이 뉴욕 코리아센터를 배경으로 자신들의 문화적 역량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뉴욕)=최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