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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97개 단체 '다시 타는 밀양 희망버스".1000여명 모여 '탈핵,탈송전탑' 외쳐
765kV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과 송전탑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전기는 여전히 밀양·청도 할머니들의 눈물을 타고 흘렀다.이들은 10년이 지나서도 송전탑을 뽑아내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경남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를 포함한 197개 단체가 밀양 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10년째를 맞아 8일 '다시 타는 밀양 희망버스'를 벌였다.전국에서 모인 1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윤석열 핵폭주 원천봉쇄'를 결의했다.
"많이 늙었지만,계속 싸울 것"
밀양 송전탑은 울산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로 수송하기 위해 세워졌고,한국전력공사가 2001년 송전선로 경유지·변전소 부지를 선정하자 밀양·청도 주민들이 반대했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송전탑 경과지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공사 저지 투쟁을 벌였다.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6월 11일 경찰 20개 중대 2000여 명이 동원돼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이 이뤄졌다.당시 밀양경찰서장은 밀양 출신인 현 김수환 경찰청 차장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시민들은 먼저 초고압 송전탑 경과지부터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이들은 청도 삼평리,밀양 여수·고정·동회·평밭마을부터을 찾았다.
한옥순(77,평밭마을)씨는 "765kV 송전탑은 저 먼 사막 같은 곳에,사람이 없는 땅에 세워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우리는 이미 많이 늙었다.그래도 앞으로 계속 싸울 것이지만,여러분들이 이어서 싸워야 한다.그래야 우리 손자·손녀들이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된다"라고 말했다.
김옥희(70,용회마을)씨는 "깜빡했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다.그때 우리는 개같이 끌려나오고 사람 취급을 못 받았던 시절이었다.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전국에서 연대자들이 많이 올 줄은 사실 몰랐다.정말 감사하다"라고,박은숙(53,용회마을)씨는 "우리 밀양을 잊지 않고 찾아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장은 "정부의 11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다시 밀양과 같은 곳이 지역 곳곳에 생겨날 예정이다"라며 "밀양의 눈물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윤석열 핵폭주를 반드시 막아내야 하고,에너지 민주주의를 꼭 실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0년 전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당시 함께 했던 문규현 신부(천주교),주민들의 법률 지원을 맡았던 정상규 변호사 등이 함께 했다.
"밀양 할매들한테 많은 힘 얻어"
이날 늦은 오후 영남루 맞은편 둔치에서는 "윤석열 핵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가 비가 내리는 속에 진행됐다.갖가지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은 어린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주최 측은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세워진 765kV 초고압 송전탑에 맞서 지난 19년간 투쟁을 이어왔으며,송전탑이 완공된 이후에도 송전탑을 반대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이 여전히 있다"라고 밝혔다.
집회는 "밀양 행정대집행 10년을 돌아보다"는 제목의 영상 상영부터 했다.참가자들은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이치우·유한숙 어르신을 기리며 묵념했다.이어 발언과 노래공연,성미산학교의 율동 공연,결의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전국 곳곳에서 탈핵·탈석탄 등 투쟁을 이어가는 황분희 주민(월성 나아리),남궁석 주민(홍천),고스톱 2고김용국 주민(영광)도 무대에 올라 발언하며 "밀양 할매들한테 많은 힘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하동화력발전소에서 15년째 일하는 박규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장은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노후화된 석탄발전소 폐쇄를 확정하고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조합원들이 기후정의 활동가들과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이틀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라고 소개했다.
박 지부장은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며 할매들이 몸에 쇠사슬을 엮고 투쟁했던 10년 전 상황을 들었다"라며 "생존권을 위해 항의하는 마을주민들에게 공권력을 투입해 농성장을 짓밟고 폭력까지 가한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들과 밀양 주민들은 급격한 산업전환 과정에서 외면당하고 오히려 국가권력에 짓밟힌 희생자들이라는 점에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의 길이 밀양 할매와 전국 탈핵·탈석탄·탈송전탑 투쟁하는 분들의 뜻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은숙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주민대표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렇게 밀양을 다시 찾아주셔서 너무나 고맙다"라며 "우리 143세대 주민들은 아직 합의하지 않고 이 부당한 공사를 인정할 수 없다.관심없는 척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 한국전력공사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공사강행과 마을공동체 파괴에 대해서 책임있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6월 11일,101번 움막으로 커다란 커트기로 발버둥 치며 저항하는 주민들 목에 감은 쇠사슬을 끊어내던 한전 X들,경찰X들,고스톱 2고그 눈빛들이 치가 떨리도록 생생하다"라며 "근데 저 윤석열이 모든 노후한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핵발전소를 4개나 더 짓는다고 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핵발전소를 어느 곳에 가서 짓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초고압 송전탑없이는 핵발전소는 만들어질 수 없다"라며 "또다시 밀양과 같은 끔찍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않된다.전 국민이 힘을 합쳐 핵발전 막아내고 송전탑을 뽑아내야 한다.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폐기시키는데 함께 해달라.탈핵,탈송전탑에 함께 해달라"라고 말했다.
"윤석열 핵폭주 원천봉쇄 결의문"
참가자들은 "윤석열 핵폭주 원천봉쇄 결의문"을 발표했다.이들은 "10년 전,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주민들과 연대자들을 짓밟고 끝내 송전탑을 완공했다.송전탑 건설 과정에서의 공권력 투입,행정대집행,합의 종용과 마을공동체 파괴는 명백한 국가폭력이다"라며 "그러나 국가폭력에 책임이 있는 그 누구도 사죄하지 않았고,처벌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높이 100m가 넘는 초고압 송전탑 아래에서 살아가며 국가폭력의 책임을 묻고,탈핵 탈송전탑을 위해 투쟁하는 주민들이 있다"라며 "오늘,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의 친구들이 모였다.또한 이 자리에는 전기를 생산하고,수송하는 전력사업의 부정의를 밝혀낸,전국에서 투쟁하는 주민들도 함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31일 핵발전소를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3기,SMR(소형모듈원전) 건설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핵산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부풀려진 전력 수요에 기반한 계획은 결국 발전소와 송전선로 인근 주민들의 피해와 희생을 반복하겠다는 것일 뿐,고스톱 2고결코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밀양 송전탑 투쟁의 폭력진압 책임자 김수환 경찰청 차장은 주민과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라","누가 뭐래도 탈핵 탈송전탑이 미래다.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석탄화력발전소 등 초고압 송전탑을 부르며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전기는 아직도 여전히 눈물을 타고 흐른다!밀양과 청도 초고압 송전탑을 철거하고,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전력의 생산과 수송,소비의 과정에서 누구도 희생되지 않고 고통받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주민과 노동자,모두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내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라"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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