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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직 시절 헌법재판소로 출근하는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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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각종 인터뷰와 칼럼은 물론 최근 낸 저서에서까지 동성애자 등 소수자 혐오 발언을 이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대개 종교적 논리를 근거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들인데,차별금지법 제정은 유엔 인권 기구의 권고인 만큼 국가인권위원회를 국제 인권 기준에서 크게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지난 6월 출간된 안 후보자의 저서‘왜 대한민국 헌법인가’를 보면,안 후보자는‘최근 논란이 되는 헌법 쟁점’가운데 하나로 차별금지법을 소개했다.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은 하나님께서 남성과 여성을 창조했다는 성경적 세계관 및 창조 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동성애,소아성애,수간,기계간 등도 (차별금지법상)‘성적지향'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이어 “동성 가족 등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은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말리시아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등의 주장도 폈다.차별금지법은 물론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셈이다.

안 후보자의 이런 혐오 발언은 성소수자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어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안 내정자는 동성애와 질병이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HIV 낙인·동성애 혐오·차별·빈곤 등의 사회·구조적 문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불평등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안 후보자의 이 같은 주장은 이전에도 다양한 곳에서 반복됐다.2020년 9월 중앙일보에 실은 칼럼에선 “(차별금지법은) 필연적으로 역차별을 낳을 수밖에 없다.성 소수자·외국인을 비롯해 특정 사상이나 종교 등에는 특혜와 특권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지난해 7월 공저자로 참여한‘신학자·법률가·의학자 16인이 본 동성애 진단과 대응 전략’이라는 책에서는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자 그람시의 바람대로 가정,말리시아교회 및 국가(문화) 공동체 해체의 원인이 되어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긴 행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지난 6월8일 유튜브‘행복한 전도의 삶 TV’에 출연해서는 “(상해 임시정부가) 국가 기능을 하지 못했다.그런(건국) 행위로서 인정은 될 수 있다고 해도 그 자체가 건국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와 관련해 안 후보자가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데는 종교적 배경이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안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에서까지 성경을 인용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종교의 잣대로 인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예배의 자유는 절대적 기본권인 신앙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더욱 강력하게 보호되는 기본권”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대면 예배 금지 조처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2021년 2월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예자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예배를 제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2021년 2월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예자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예배를 제한한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당시 안 후보자는 소송대리인을 맡았다.연합뉴스

전국공무원노조 국가인권위원회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안 후보자는 국제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했고,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제청에 앞장서 왔다.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지난해 1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우리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사형제 폐지,대체복무제 개선,동성 간 합의에 따른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등을 권고한 바 있다.안 후보자는 그동안 이 모든 의제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 왔다.

21대 국회 당시 차별금지법을 공동발의했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세계인권선언에 반하는 국가인권위원장은 그 자체로 언어도단이라고 본다”며 “인권 최후의 보루로 서 있어야 할 인권위에 그 어떤 차별과 혐오가 들어서지 않도록,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안 후보자 내정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인권위원장 지명에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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