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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금지로 10곳 중 3곳은 문 닫아…단골 손님도 욕해"
보신탕집 옆 삼계탕집은 '북적'…"고기 달라 바꾸기 힘들어"
(서울=뉴스1) 박혜연 김지완 김종훈 기자 = "진짜 손님 없어요 올해는.작년과 재작년이랑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로 확 줄었죠."
초복인 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에서 14년째 보신탕 식당을 운영하는 A 씨(64·남)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주로 인터넷에 검색하고 오는데 그 사람들도 오기 전에 영업하는지 물어보고 온다"며 "여기서 더 (손님이) 줄어들면 진짜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명 '개고기 식용종식법'이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복날 특수'를 누리던 전통시장의 보신탕 식당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거나 닭·염소를 이용한 메뉴로 대체하는 등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가위로 뼈에 붙은 고기를 손질하는 A 씨의 손길은 실수 하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능숙했다.테이블 10개 남짓 되는 작은 식당 안에는 종업원 두 명이 분주하게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다만 손님이 거의 없는 A 씨 식당과 대조적으로 바로 옆에 있던 삼계탕집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A 씨의 식당도 보신탕 외에 삼계탕도 함께 팔고 있었다.그는 "옛날엔 주로 보신탕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다 삼계탕을 먹는다"며 "얼마 전에 보건소 교육을 받고 왔는데 구로구 관내에 보신탕집이 28곳 정도 있다더라.내가 알기론 더 많은데 보신탕 말고 다른 것도 팔면 통계에 안 잡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법이 시행되는 2027년부터는 "(장사를) 접을 것 같다"고 했다.그러면서 "보신탕 장사는 보통 자리 잡으려면 10년은 봐야 하는데 지금 여기서 바꾸기도 애매하다"며 "염소로 (고기를) 바꾼다고 해도 고기가 달라서 그렇게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인근에서 다른 보신탕 식당을 운영하는 중국 여성 B 씨는 "작년에 (식당을) 열었는데 요즘 손님이 적다.예전보다 80%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B 씨는 건너편에 있는 큰 식당들을 가리키며 "저렇게 큰 식당들도 (장사가) 안 되는데 우리는 진짜 안 된다"며 "그나마 직원을 안 쓰니까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B 씨는 평일 하루 매출액이 40만~50만 원 정도고 주말에만 조금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했다.
B 씨는 또 "보상을 준다 한들 오래 장사한 사람들이 보상이 있지 우리처럼 짧게 한 사람들은 뭔 보상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우리는 이렇게 (법 통과)될 줄도 모르고(시작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일대 보신탕집들도 장사의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맛집'이라고 TV에도 소개됐다는 한 보신탕집 여주인 C 씨는 "노점으로 시작해서 이 가게를 한 지 20년이 넘는다"며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시장에는 사람들이 다 나가서 손님이 예전의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C 씨는 "그전에는 사람들을 밀치고 다닐 정도로 좁은 길이 북적북적하고 노점이 120개나 됐다"며 "마트가 들어오니까 노점이 다 죽었는데 우리는 그래도 다른 데 비하면 잘 되는 편"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70대 남성 D 씨는 "개고기 금지로 10군데 중 3군데는 문을 닫았다"며 "근처 식당의 6할은 아마 보상 신청을 위한 서류를 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D 씨는 "손님들도 10명 중 8~9명은 욕한다.이 좋은 음식을 갑자기 금지한다고"라며 "소고기는 먹으면서 왜 이건 못 먹게 된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초복을 맞아 보신탕집을 찾은 손님들도 '개고기'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단골이라는 한 50대 남성 손님은 "매년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데 아쉽다"며 "평생 먹은 건데 간판 보면 다 흑염소로 바꿨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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