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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구타에도 허위자백 거부했던 이완규씨,재심 끝에 억울함 벗어
1981년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연행되어 감금과 고문을 받은 뒤,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충남대 청람회 사건 당사자가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전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구창모)는 13일 오후 317호 법정에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계엄법 위반 및 계엄법위반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완규(70) 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국가보안법과 반공법,로또 1,2,3등계엄법 위반 등의 범죄로 구성되어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과 피고인의 동료,친구,친지들이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은 정상적인 자유의사에 의해서 진술한 상황이 아니고,고문과 불법구금으로 인한 강박상태에서 진술한 것이 확인된다.따라서 그 당시 확보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당시 법정진술도 법정 자체에서는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었다고 하여도 직전 상태가 계속 연장된 심리적 구금 상태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법정 진술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계엄법 위반의 경우,계엄포고가 현재 상태에서 헌법 위반이며 법률을 어긴 포고에 해당하기에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이를 근거로 한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불법구금과 강압 상태에서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범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증명이 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또한 판결요지를 신문 등에 공시하겠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선고를 마친 재판장은 이씨에게 "오랜 시간 고생 많으셨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사필귀정.잘못 사용된 국가권력 바로잡는 데 일조한 의미 있어"
40여년 만에 억울함을 벗게 된 이씨는 선고 직후 "기쁘다.그러나 시간이 너무 오래 되어서 조금 무감각하다.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말 말도 안 되고,로또 1,2,3등기가 막힌 일이었다.그 억울함은 말로 할 수 없다"며 "그래도 다행히 뒤늦게나마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된 사용을 바로잡는 데 일조한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을 비롯한 군사정권 세력들에게 하늘이 벌을 내렸다고 생각한다.역사적 단죄와 사법적 단죄가 부분적으로나마 이뤄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이렇게 살아 온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이씨는 충남대 재학생들이 만든 역사·경제 등을 공부하는 모임인 청람회(또는 청람 낚시계)에 참여해 활동하던 중 1981년 9월 초경 경찰에 연행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이씨와 함께 연행된 나머지 2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아람회와 금강회 등 반군가단체 조직사건을 만들었던 당시 군사정권은 청람회 또한 조직사건으로 기소하기 위해 이씨를 비롯한 청람회 회원들에게 구타와 물고문,로또 1,2,3등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가했고,허위자백을 강요했다.
이씨에 따르면,당시 경찰에 연행된 그는 47일 동안 대공분실에 감금되어 거꾸로 매달아 놓고 코에 물을 붓는 물고문과 이른 바 통닭구이 고문,매일 밤마다 젖은 수건을 등에 깔아 놓고 2~3시간 이상씩 회초리로 구타하는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심지어 이씨는 손가락 끝에 전기를 흐르게 하는 전기고문까지 당했다.
이러한 고문을 통해 공안당국은 청람회를 반국가단체 조직사건으로 구성,이씨를 그 수괴로 조작할 계획이었다.그러나 이씨가 끝까지 허위자백을 거부하면서 조직사건으로의 기소는 실패했다.결국 이씨와 청람회 회원 일부만 개별적으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9월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청람회 사건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장기간 불법감금과 구타,가혹행위가 있었고,허위자백을 강요받은 사실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국가는 수사기관에 의한 불법감금 및 가혹행위 등에 대하여 사과하고,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