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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전국 떠돌아.따돌림 탓 고교 자퇴해
코로나19로 생활고 겪어,'힌남노' 때는 차량 침수되기도
남편 심장마비,어머니는 췌장암 말기 판정.중학생 딸이 유일한 희망
지난 7일 경북 포항의 한 병원에서 김가림(34) 씨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박성현 기자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난 김가림(34) 씨가 딸을 깨운 뒤 급하게 아침밥을 준비한다.등교 준비를 하고 나온 딸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자 엄마는 딸을 향해 수 십 가지의 질문을 던진다.엄마의 말은 길고,빠르게 이어지지만 사춘기 딸의 대답은 짧고 느긋하다.식사를 마친 딸이 학교로 가면 두 식구가 하루 중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30분'은 끝이 난다.
가림 씨는 요즘 세상에서 가장 불공평한 것이 '시간'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좀 더 정확히는 돈이 없기 때문에 시간도 없는 셈이다.마음 같아선 세상을 떠난 남편을 더 추모하고,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와 추억을 나누고,사랑하는 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는 7시간 전까지 일했던 닭발 가게로 다시 향한다.
◆따돌림 당해 고교 자퇴.남편 만나 일찍 결혼해
포항에서 태어난 가림 씨는 7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 어머니와 10살 터울의 언니를 따라 전국을 떠돌게 됐다.대구와 인천을 오가며 초등학교,중학교를 다닌 그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경남 김해에 정착했다.소극적인 성격인데다 전학까지 겹쳐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다.처음에는 서울말 쓰는 것을 가지고 놀리더니 나중에는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기도 했다.동기는 물론 선배들까지 가림 씨를 괴롭혔고,
인벤터 슬롯참다 못한 그녀는 한 학기 만에 학교를 자퇴할 수 밖에 없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언니의 쇼핑몰 사업을 돕던 가림 씨는 우연한 계기로 남편을 만나게 됐다.모르는 사람이던 남편이 가림 씨에게 전화를 잘못 걸게 됐는데,이를 계기로 몇 번 통화가 더 이어진 것이다.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컸던 가림 씨는 남편과 전화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됐고,21살 때 5살 차이가 나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다.
대구에서 시집살이를 하던 가림 씨에겐 지금까지 중 가장 평안한 생활이 이어졌다.시부모님은 친부모처럼 가림 씨를 챙겨줬고,남편도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해나갔다.가림 씨도 틈틈이 부업을 하며 돈을 벌었다.딸이 점점 크면서 시댁 집이 좁아지자 이들은 남구 대명동으로 독립을 했다.
◆재해로 생활고 시달려.남편 죽고 어머니도 시한부 판정
시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2020년 대명동에 있는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인벤터 슬롯경기가 안 좋아지자 남편의 공장은 문을 닫았다.당시 코로나 진원지로 인식된 대명동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수입이 끊기며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자 남편은 뱃일을 하러 제주도로,가림 씨와 딸은 언니가 있는 포항으로 흩어졌다.
빚을 갚기 위해 포항의 한 닭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림 씨는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그 가게를 인수하게 됐다.원래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이 건강상의 이유로 가게를 그만두기로 했는데,가게 자체 수익은 나쁘지 않았다.가게 일을 하기 위해선 차가 필요했고,어쩔 수 없이 추가 대출을 받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한 대 샀다.
이 차는 산 지 1년도 안 돼 애물단지로 전락했다.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차의 바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차올랐으나 급하게 시동을 거는 바람에 고장난 것이다.새 차로 바꾸기 위해서 300만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했고,그 돈이 없었던 가림 씨는 보험을 통해 가까스로 차를 수리해 타고 있다.
그럭저럭 다시 삶의 궤도에 오르고 있으나 주변 사람들은 가림 씨를 기다려 주지 않고 있다.지난해 7월 가림 씨의 어머니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입원했다.이미 암 덩어리가 5cm에 달해 이제는 항암치료도 받을 수 없는 상태다.가림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식이요법이라도 써보고 싶지만 병원비가 부족하다.
올해 2월에는 가림 씨가 어머니 간병을 위해 집에 없던 날 새벽,남편이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부검을 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가스비가 없어 집안이 얼음장이었던 게 문제였을 것이라고 가림 씨는 생각하고 있다.남편이 죽을 당시 옆을 지키던 딸은 본인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가림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가게 일을 하고 있다.주문이 적을 때는 직접 차를 몰고 배달 일까지 부업을 하고 있지만 한 달 수입은 200만원이 채 안 된다.이마저도 어머니 병원비와 각종 대출 이자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차량이 1대 있다는 이유로 한부모 가정,기초생활수급자 등 각종 복지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이 지원을 받기 위해선 차량을 처분해야 하는데,침수차는 중고로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아직 차량 할부금이 900만원 넘게 있어 멋대로 폐차도 할 수 없다.이 돈 외에도 닭발집을 인수할 때 들어간 대출금 등 빚도 3천만원 넘게 있어 현재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가림 씨의 몸과 마음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당뇨에 최근엔 심장 쪽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아직 병원 문턱도 못 넘고 있다.우울증 약을 복용한 지도 꽤 됐다.그래도 중학생 딸을 보며 가림 씨는 힘을 낸다.본인의 어머니 앞에선 눈물을 글썽이다가도 딸 앞에서만큼은 다시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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