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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케이엘앤파트너스 대표
☞맘스터치 차별화 승부수
주방 '컨베이어벨트' 설치로 대기줄 없애
메뉴 다변화에 효율성 UP···영업익 3배↑
가맹점과 소통위해 분쟁조정기구 도입도
☞34세에 사모펀드 업계 첫발
행시 출신 사무관,꿈 찾아 과감히 사표
사모펀드 창업 '가야산샘물' 등 잇단 성공
2020년 맘스터치 인수 비상장화 이끌어
[서울경제]
명동에 있는 맘스터치 매장의 주방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 있다.치킨·버거·감자튀김·음료 등 카테고리별로 나눈 4개 라인을 두고 직원들이 각자가 담당한 메뉴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으면 최종적으로 메뉴를 모으는 직원에게 전달된다.사람이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
한 명의 직원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버거와 감자튀김·음료 등 전 카테고리의 메뉴들을 일일이 취합했던 기존 방식에 비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단순 계산으로 1시간 동안 무려 144개의 주문을 내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년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맘스터치를 인수했던 김기현 케이엘앤파트너스 대표가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난해 10월 도쿄에서 팝업(임시 매장)을 진행했던 게 향후 매장 운영 전략을 짜는 데 큰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당시 맘스터치를 찾은 고객들이 몰리면서 2시간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선 것을 보고 메뉴가 나오는 시간을 단축시킬 방법을 고심하다가 낸 아이디어가 바로 컨베이어 벨트다.김 대표는 “자동차 공장에서 분업과 조립을 통해 불과 수 분 안에 자동차 한 대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맘스터치는 올 4월 도쿄 시부야에 직영 1호점을 내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도쿄 최대 번화가에 일본 맥도날드가 39년간 영업했던 자리다.김 대표는 “팝업 때 주문 뒤 음식을 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정식 매장에는 좌석에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QR코드와 키오스크를 함께 운영하면서 주문 대기 시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주방에서도 컨베이어 벨트 방식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여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을 줄임으로써 회전율을 높였다.그 결과 40여 일 만에 누적 고객 10만 명,야구 카툰매출액 1억 엔(약 8억 7000만 원)을 돌파했다.김 대표는 “일본 맥도날드와 KFC의 매장별 월 매출 평균보다 각각 3배와 5배가량 많은 수치”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컨베이어 벨트 방식은 시부야점과 명동점에 이어 앞으로 주요 거점에 지어질 신규 매장에 모두 도입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기획재정부 사무관(행정고시 44회) 출신 금융인이다.공무원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경제학과를 전공한 것도 공직에 오르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한창 기재부에 재직 중이던 2008년 어느 날 밤,야구 카툰블룸버그뉴스를 보다가 문득 다른 업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꽂혔다.김 대표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여서 해외 정부나 중앙은행이 브리핑을 많이 하던 때였는데 유독 선진국 재무부 장관 중에는 공무원 출신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내가 잘하는 일을 통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업계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회상했다.
무작정 사표를 낸 그는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우선 적성 검사부터 했다.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검사 결과 나온 추천 직업은 벤처캐피털리스트.당시만 해도 벤처캐피털리스트는 국내에선 낯선 개념이었지만 김 대표는 인생의 방향키를 다시 잡았다.그렇게 만 34세의 나이에 사모펀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를 거치며 금융투자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15년 케이엘앤파트너스를 새로 차렸다.독립 후 첫 거래는 온라인 개인 방송 플랫폼 업체 더이앤엠(옛 용현비엠)이었다.투자 당시 재무 부실로 모회사의 골칫덩어리였던 더이앤엠을 인수한 뒤 정상화에 성공,2년 만에 6배 수익을 내며 투자금을 회수해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이후 가야산샘물을 인수해 원금의 3배 값에 동아쏘시오홀딩스에 매각하면서 김 대표는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김 대표는 “기재부 재직 당시 산업은행 민영화에 따른 재산 분할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이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했다”며 “최종적으로 회사도 안정되고 최대주주와 케이엘앤파트너스 모두 큰 수익을 내며‘윈윈’하는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가야산샘물로 소비재 투자에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2020년 맘스터치를 인수했다.인수 당시 상장사였던 맘스터치를 공개매수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시켰다.외부의 경영권 간섭을 최소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당시만 해도 사모펀드가 상장사를 인수해‘비상장화’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좋은 선례를 남겨 이후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를 인수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매출은 인수 직전 해인 2019년 2889억 원에서 지난해 3644억 원으로 26%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0억 원에서 603억 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전국에 100여 개에 불과했던 매장 개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최근 1400개를 돌파했다.케이엘앤은 맘스터치의 올해 영업이익이 8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해 기록했던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맘스터치의 주 고객층이 10대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그는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햄버거의 주 소비층인‘30대 남성’을 공략해야 했다”며 “당시 30대 남자 배우인 송중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고 설명했다.게임 업체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마케팅도 진행했다.게임 사용자 주 연령층이 20~30대임을 감안한 것으로 마케팅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동시에 주 타깃층의 관심을 끌 수 있는‘일석이조’효과를 봤다.
김 대표는 기존 맘스터치의 강점이었던‘가성비(가격 대비 맛과 품질)’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맛을 대중화시키는 데 주력했다.고객 선호도 조사에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찾는 고객의 약 20%가 치킨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맘스터치의 기존 햄버거 메뉴 대부분이 치킨버거였기 때문이다.김 대표는 구운 소고기 패티를 넣은‘그릴비프버거’를 신규 출시했다.맛에서 업계 강자인 맥도날드를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팔을 걷었다.그는 “신제품을 만들 때 한 번도 안 빠지고 제가 직접 가서 맛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만으로 개발팀에 큰 동기부여가 돼 좋은 맛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맘스터치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먹거리 취향,트렌드에 맞는 메뉴와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강남과 강북 주요 상권에‘맘스터치 랩(LAB)’매장을 운영 중이다.실제 매장과 동일한 인테리어와 동선을 구현해 가맹점주에게 메뉴 주문부터 제조·포장·제공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트레이닝센터도 갖췄다.
처음부터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맘스터치를 인수한 뒤 가맹점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협력 관계를 이끌어내기까지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김 대표는 “맘스터치를 인수할 때만 해도 사모펀드가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인수하는 게 흔치 않은 사례였다”며 “가맹점주들이 사모펀드에 대해‘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2019년 11월 케이엘앤파트너스는 맘스터치를 인수한 뒤 대대적인 메뉴 및 가격 재조정에 들어갔다.이 과정에서 인기 메뉴인 싸이버거 가격을 기존 34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고 34종의 메뉴를 단종시켰다.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특정 메뉴의 패티가 작아졌다거나 맛이 변했다는 등 맘스터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케이엘앤파트너스에 팔린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맘스터치에는 사모펀드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노조까지 생겨난 상황이었다.김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은 맘스터치가 처음이었다”며 “그만큼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약속을 명문화한 문서까지 배포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특정 점주를 중심으로 가맹점주협의회가 구성되면서 본사와 가맹점 간 대립은 더욱 격화됐다.김 대표는 큰 결단을 내렸다.가맹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11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 전국 11개 지사를 모두 사들였다.최근에는 내부 자율 분쟁 조정 기구도 만들었다.각 지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본사와 소통할 수 있는 중앙 창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맹점의 성공이 가맹본부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며 “상생은‘소통’에 있다는 경영진 판단에 따라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He is…
△1975년 부산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정책학 석사) △2000년 44회 행정고시(재경직) △2004년 기획재정부 사무관 △2010년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사 △2011년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상무 △2015년 케이엘앤파트너스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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