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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족 간에 발생한 재산 범죄에서 처벌을 면해주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이 조항이 일률적으로 처벌을 면제해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했다는 판단인데,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친족상도례는 7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김태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버지의 빚을 수차례 대신 갚아왔다며 부친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 씨.
[박세리/전 LPGA 선수/지난 18일 : "제가 한 번 해결하면 또 다른 채무 관계가 또 수면 위로 올라오고…."]
고소한 혐의는 횡령 등 재산범죄가 아닌 '사문서 위조',고소 주체도 자신이 아니라 재단이었습니다.
친족 간의 재산범죄는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친형을 비롯한 가족이 수십억 원의 재산을 가로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방송인 박수홍 씨.
[박수홍/방송인/지난 3월 : "청춘 바쳐 열심히 일했던 많은 것을 빼앗겼고…."]
문제가 불거지자 '친족상도례'에 따라 죄를 물을 수 없는 박 씨의 아버지가 "자금관리는 내가 했다"고 주장하며 나서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가족면죄부'란 비판이 제기돼 왔던 '친족상도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한 형법 제328조 1항이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킬 우려가 있고,장애인 등 취약한 구성원에 대한 착취를 용인하게 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조항의 적용은 중지됐고,내년 말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합니다.
[김우석/변호사 : "전면 폐지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요.고소가 있을 때만 처벌하도록 하는 방법,처벌을 면제하는 친족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헌재는 다만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을 제외한 다른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에 대해 고소가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게 한 형법 제328조 2항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KBS 뉴스 김태훈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임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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