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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부터 군 면제된 하레디…전쟁 여파로 뒤집혀
네타냐후 연정,볼차노 숙소초정통파 반발에 붕괴 가능성도
(서울=뉴스1) 박재하 김예슬 기자 = 가자지구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이 군 복무가 면제돼 온 유대교 초정통파 '하레디'도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극우 연정을 지탱하는 초정통파 정당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탈로 연정이 붕괴할 위험이 있지만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로 하레디의 군 복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양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9명 만장일치로 초정통파 유대교도 학생들에게 주어진 군 면제의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들은 "유대교도 학생과 기타 징병 연령의 남성을 구별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국가의 의무 복무법이 초정통파에도 같게 적용돼야 한다"며 "어려운 전쟁이 한창일 때 불평등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따르고 세속주의를 배격하는 하레디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부터 군 복무가 면제돼 왔다.
전체 인구의 약 12%를 차지하는 하레디는 유대교 연구에 매진한 채 직업을 가지지 않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활한다.
그러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2017년 9월 하레디의 군 면제가 위헌이라 판결했지,볼차노 숙소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의 반발 속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추가적인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에도 하레디의 징집은 보류됐다.그러나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로 이스라엘군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여론은 하레디도 이제는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는 하레디의 입대를 완전히 면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초정통파 정당들도 속한 연정을 유지하기 위해 민심과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초정통파 정당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이를 두고 "연정의 심장부에 정치적 상흔을 입히는" 판결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을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CNN도 "초정통파 정당들에 종교 연구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판결은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는 점도 네타냐후 총리가 대법원 판결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NYT는 가자지구 전쟁이 "서안지구와 레바논 북부 등 추가 전선으로 확산할 수 있다"라며 "이로 인해 정부가 징집 대상을 확대하고 초정통파와 일반 시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봤다.
이스라엘군 예비역 중령인 론 셰르프는 하레디가 "애초에 징집된 적이 없다"라며 "어떻게 이스라엘이 한 공동체 전체가 국방의 의무에서 면제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냐"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이스라엘 법무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 국방부에 하레디 예시바(종교학교) 학생 3000명을 내달 1일부터 징집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이 숫자가 하레디와 다른 이스라엘인 사이의 군 복무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