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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김금숙 작가가 내놓은 평화·반전·반핵의 그래픽노블 <내 친구 김정은>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하비상을 수상한 김금숙 작가가 평화·반전·반핵의 그래픽노블 <내 친구 김정은>(이숲 펴냄)을 내놓았다.
김 작가는 북한과 가까운 인천 강화도에서 프랑스인 남편,협동 로봇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산다.허구한 날 포격 연습을 하는 강화도에서 반려견 당근이는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무서워 벌벌 떤다.세상이 조용해지면 당근이도 평온을 찾는다.
전쟁이 날까봐 불안에 떨며 대피 시설을 확인하던 저자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북한을 알아야 하고,조선노동당 총비서인 김정은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수소문해 남북관계에 정통한 언론인,전문가,탈북 여성,협동 로봇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만난다.
평양에서 7년 동안 거주하고 한국에서 20년을 산,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의 친구였다는 한 프랑스인은 작가와 인터뷰하면서도 주위를 맴도는 국가정보원의 시선을 의식한다.문재인 전 대통령은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작가와의 만남은 피하지 않았다.문 전 대통령은 이제 옛날 같은 대화판이 복원되기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저자가 국지전 가능성을 우려하자 “불안한 평화라도 지속돼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책 마지막 부분은 2023년 9월 저자의 콜롬비아 방문에 대해 다룬다.그곳에서 작가는 6·25 때 가난 때문에 콜롬비아 군인을 따라 고국을 떠났던 한국인 꼬마‘페피노’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한국말까지 잊어버린 채 늙어버린 페피노는 46년 만에 어렵사리 한국을 방문하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한반도 분단과 전쟁의 유령처럼 작가 앞에 나타난 꼬마 페피노는 한국인의 분신과도 같다.
어린 시절‘뿔 달린 공산당’을 배우고 반공 포스터를 그려내던 아이는 프랑스 유학 시절‘남이냐 북이냐’를 묻는 말에 시달렸다.이제 세계적 작가로 성장한 저자는 군사 훈련이 이어지는 곳에서 살며 북녘이 빤히 보이는 교동도를 찾는다.물 빠지면 걸어서 고작 30분 거리인 곳에 서서 “언제 어느 순간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느낀다.
“김정은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고 남측은 북한의 도발에 몇십 배로 응징하겠단다.미움은 더 큰 미움을 낳고 혐오는 더 큰 혐오를 낳고 분노는 더 큰 분노를 낳을 뿐.일백 년도 못 사는 인생,사랑만 해도,아름다움만 봐도 아쉬운 인생.”
평화만 말하기에도 짧은 역사,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가장 긴요한 책.292쪽,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