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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등 곤충 16종 식품으로 인정
지정학적 불안에 식량 안보 위기 커져
단백질 풍부·생산 용이해 식품화 유리
싱가포르 정부가 메뚜기·굼벵이·누에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곤충 16종을 식품으로 승인했다.식량자급률이 10%에 그치는 상황에서‘미래 먹거리’인 곤충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공영 CNA방송에 따르면 싱가포르식품청(SFA)은 곤충 16종의 수입·판매·소비를 허용했다.식품으로 인정된 곤충은 귀뚜라미,메뚜기,갈색거저리 유충(밀웜·고소애),아메리카왕거저리 애벌레(슈퍼 밀웜),질풍가도누에,굼벵이,꿀벌 등이다.SFA는 “이들 곤충과 곤충 제품은 인간 소비 용도나 식품을 생산하는 동물의 사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태국 등 이웃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귀뚜라미부터 개미,타란툴라(거미)에 이르기까지 곤충이 광범위하게 식용으로 쓰이고 있다.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곤충이 식품 원료로 인정받지 못했는데,이번에 처음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게 됐다.
다만 야생에서 채집된 곤충은 음식 등으로 만들 수 없다.싱가포르 정부는 곤충 제품을 판매하는 식당과 가공 업체는 식품 안전 규정에 의해 재료를 적합하게 양식했다는 증빙 서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다른 곤충을 식용으로 분류할 경우 △과거 인간이 소비한 사례가 있는지 △양식·가공 과정에서 들어간 오염 물질이 없는지 △최종 제품이 식용으로 안전한지 등을 평가한다는 지침도 내놨다.
싱가포르의 식용 곤충 허용은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싱가포르는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기 적합한 땅이 전체 국토의 1%에 불과한 까닭에 소비되는 식품의 90%를 수입한다.이 때문에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식량 수급 불안이 커진다.
실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사료값이 치솟고,이 여파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살아있는 가금류와 냉장·냉동육,치킨 너겟,패티까지 모든 닭 관련 제품 수출을 중단하자 싱가포르 닭고기 가격은 마리당 3달러에서 5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자체 식량 생산 비중을 높이는 일은 싱가포르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다.2019년에는 자체 식품 공급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배양육 생산·판매를 승인하기도 했다.이번 식용 곤충 승인 역시 이 일환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외 많은 나라들도 식용 곤충을 주요 식량 자원으로 주목하고 있다.단백질이 풍부한 데다,생산이 용이하고,메탄을 다량 배출하는 가축과 달리 환경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22년 보고서에서 “곤충은 기존 육류를 대체할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이미 곤충을 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다.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곤충은 메뚜기,백강잠,질풍가도누에,갈색거저리 유충,질풍가도쌍별귀뚜라미,장수풍뎅이 유충,질풍가도흰점박이꽃무지 유충,수벌 번데기 등이다.미국과 일본,스위스 등도 2010년대 식용 곤충 판매·소비 법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