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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화재는 人災… 피해 왜 컸나
포장된 배터리 한꺼번에 적재
“소량씩 분리해뒀다면 나았을듯”
첫 발화 배터리 자체 결함 추정
주문몰려 평소 2배 인원이 근무
외국인일용직…동선 숙지 못해
조재연 기자,화성=조율·김린아·노지운 기자
“급하게 배터리 오더(주문)를 받았다.평소엔 10명 정도가 일하는 포장 작업대에 20명이 앉아 있을 정도였다.평소 출입구 근처에 포장된 완제품을 쌓아 놓는데 여기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대피하지 못한 것 같다.”
24일 화재로 31명의 사상자(실종자 포함)를 낸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만난 직원 A 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이같이 증언했다.불이 난 3동 2층의 배터리 포장을 위한‘패킹룸’에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5분 전에 들렀다는 A 씨는 “이날따라 일정이 몰려,비야레알 유니폼작업장 안쪽에 스무 명 정도가 테이블을 연달아 놓고 작업을 했다”며 “대피하려면 작업장 출입문으로 빠져나와야 하는데,비야레알 유니폼출입문 근처에 처음 화재가 발생한 완제품이 쌓여 있어 문밖으로 나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연쇄 폭발에 취약한 리튬 배터리의 특성에 일용직·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소통 부재,급한 납기와 대피로 차단 등 여러 요인이 겹쳐 빚어낸 참사였다.
리튬 배터리와 같은 1차전지는 일반적으로는 화재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지만,비야레알 유니폼한 번 불이 붙으면 진화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계속해서 폭발하며 화학물질인 불산을 내뿜는다.특히 이처럼 대량의 완제품이 쌓여 있는 장소는 한 번 불이 나면‘불쏘시개’역할을 하며 옮겨붙어 연쇄 폭발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초 발화는 다른 요인보다는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이 교수는 “분리막이 손상돼서‘열 폭주’가 일어나거나 과열로 인해 가스가 차서 폭발하는 등 여러 상황이 있었을 수 있다”며 “배터리를 적재하더라도 소량으로 나눠서 분리 보관했으면 이처럼 대규모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포장된 배터리 등 발화 물질이 비상구 앞쪽에 적재돼 대피로가 막혀 있었다는 점도 탈출 등 초기 대응을 어렵게 했다.해당 공장 생산기술파트 관계자는 “2층에서 대피할 수 있는 계단은 총 2개인데,연구소 쪽 계단은 근로자들이 존재조차 몰라서 유일한 대피로는 작업자 출입문 하나”라며 “그쪽으로 나가는 문 옆에 화물 엘리베이터가 있고 그 주변에 포장된 완제품을 넣은 박스를 쌓아 둔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사망자 대부분이 출입문이 아닌 작업장 반대편 창문으로 탈출하려다 실패한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화재로 사망·실종한 근로자 23명 중 18명이 중국·라오스 등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였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파악된다.이들은 내부 구조를 잘 알지 못하고,비야레알 유니폼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고 대처에 취약했다는 지적이다.화재 당시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피 동선을 사전에 숙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18명의 외국인이 생명을 잃은 이번 사고는 단일 사고로는 가장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