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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훈련병 동기 수료식날 “우리 아들만 없다”
박아무개 육군 훈련병이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의 전후 사정이 유가족 편지를 통해 공개됐다.박 훈련병 동기들의 수료식날인 19일에 맞춰 군인권센터는 박 훈련병의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를 공개했다.이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박 훈련병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도 열렸다.
유가족은 편지에서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였다.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같은 말이었다고 한다”며 “그러곤 들켜서 얼차려를 받았다.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뿐일 텐데,그게 그렇게 죽을죄냐”고 썼다.군인권센터를 통해 공개된 박 훈련병의 군기훈련 사유는‘점호시간에 떠들어서’였다.이로 인해 박 훈련병을 비롯한 6명은 이튿날 완전군장을 메고 선착순 달리기,구보,팔굽혀펴기 등 규정에도 없는 반복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은 “군장을 아직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서 26킬로 이상 완전군장을 만들고,완전군장 상태에서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시키고,영천 경마공원 인근 부동산총을 땅에 떨어트리면 다시 시작시키고,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트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물었다.그러면서 “아들이 다시 온다면 묻고 싶다.팔다리가 굳어가고 근육이 녹아내리고 호흡이 가빠올 때 숨이 안 쉬어지고 아프다고 얘기하고,더 일찍 쓰러지는 척이라도 하지 그랬니”라며 덧붙였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군 당국에 대한 원망도 편지에 담겼다.유가족은 쓰러진 박 훈련병이 민간 병원으로 후송되던 당시의 상황을 전하면서 “(군에서) 제게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결정을 하라 하더라.제가 그 병원이 어디라고,병원 수준도 모르는데,왜 제게 어디 병원으로 옮길지를 묻느냐고 따졌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그런 생각도 든다”고 했다.
아울러 박 훈련병의 장례식에 조문 온 부대 대대장이 유가족에게 “나는 그날 부대에 없었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사실도 편지에 담겼다.유가족은 “‘첫째도 안전,둘째도 안전,영천 경마공원 인근 부동산셋째도 안전하게 훈련 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며 “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무엇으로 책임지실 것이냐.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건가요,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나는 그날 부대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실 건가요,아니면‘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인 걸까요”라고 썼다.
편지에는 유가족의 아들을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절절함이 고스란히 담겼다.유가족은 “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인데,(고인이)‘엄마,아빠 만나는 날인데,엄마,아빠 너무 멀고 힘드니까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그랬다”며 “그런 배려 깊은 아이였는데,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다.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글을 마쳤다.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