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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지난달 23일부터 물,소금,커피 외에는 전혀 섭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이날로 열흘 째 단식 중인 고 교수는 “단식 후 허리둘레가 약 4인치(약 10cm) 줄었고 몸 구석구석에서 통증이 느껴지지만 건강에는 큰 지장에 없다”고 했다.
단식에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휴진 대신 차라리 삭발이나 단식을 하라”는 일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그는 “인터넷에서‘의사들은 자기 몸이 아까워 삭발도 안 하고 단식도 안 한다’는 댓글을 봤다”며 “생각해보니 의료공백 사태 후 환자와 전공의,미화원 등 다들 힘들어하고 있더라”고 말했다.또 암 환자들이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며칠이라도 진료일을 앞당겼으면 한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단식을 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고 교수는 단식을 시작하면서‘환자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진료와 수술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2일에는 유방전절제 수술 2건과 유방부분절제수술 3건을 집도했고 3일 새벽까지 당직도 섰다.그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커피를 들이켜 컨디션을 100% 가깝게 끌어올린 후 수술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또 “스스로 판단해 진료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때까지 환자들을 진료할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단식을 통해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처럼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 교육이 불가능하다.의대 교육 현장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또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한 발짝만 물러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3일 입장문을 내고 “(4일부터 예고했던 전면 휴진 대신) 선별적이고 강도 높은 진료 축소 및 재조정을 통해 중증,응급,마이애미 반티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진료를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교수는 “전공의 이탈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현장에 남은 교수들이 버티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4일 주요 수술은 지난주 대비 29% 줄고,마이애미 반티의료공백 사태 전과 비교하면 49% 줄게 된다.외래진료는 지난 주 대비 17.2%,의료공백 사태 전 대비 30.5% 줄어든다.다만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진료 재조정으로 인한 진료 차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