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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동창회에 참석한 25명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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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나의 초등학교 동창생들 <상>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려고 바쁘게 채비하는 나에게 아내가 “동창회가 그렇게 좋소,개근상 받으러 가냐?”고 퉁을 준다.“학기 중 교외 체험 학습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이를 비아냥대는‘개근거지 상’이 있다”는 신조어를 떠올리며 실없이 웃었다.

지난 5월 11∼12일,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에 아직도 건재한 지곡국민학교(초등학교) 40회 동창회를 가졌다.1962년 2개 반 120여 명이 졸업한 지 올해로 61주년이다.

첫날 새참 무렵 지리산자락 삼봉산에 터 잡은‘인산가 연수원’에 모였다.함양,진주,부산,서울과 동해,대구 등 각지에서 1년 또는 코로나19 사태로 4∼5년 만에 만난 25명이 뜨거운 악수로 그동안 쌓였던 그리움과 정겨움을 풀어내고 나누느라 시끄럽다.3∼4명씩 묵을 방마다 짐을 풀고 연수동과 가까운 호텔 식당에서 저녁 식사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찌개가 곁들인 한식 밥상이 정갈하다.저녁 식사가 일러 숲의 에너지로 몸과 마음을 챙기고 돌보는 숲속 산책 후 다시 연수동 넓은 거실로 모였다.

먼저 노용섭 동창회장이 환영 인사를 했다.작년도 참석자,결산내역 보고를 신호로 간식이 놓인 탁자를 중심으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환담과 여흥 시간이다.

동해시에서 참석한 채갑이가 건배 제의를 한다.“건강한 사람이 가장 잘 사는 사람이다.우리 모두 아프지 말고‘누죽걸산’(누우면 죽고,걸으면 산다) 하자!”라며 자기 혈관나이가 60대 초반이라고 한다.해군원사로 재입대해도 부족함이 없겠다.

내 맞은편 벽에 기댄 성남 미상이는 1남 2녀 자녀들과 손주 7명 등 14명 가족 생일을 모두 기억한단다.생일 때마다 절 공양으로 정성을 다하니 저절로 입력,저장이 되나 보다.옛날에는 신랑 인감번호까지 외웠다니 메모장이 따로 필요가 없다.

아직도 몸이 성치 않아 의자에 앉은 대구 택환이가 지난 동창회에 불참한 투병 사연을 낮은 톤으로 전달한다.발성,부산교통공사 축구음성은 여전하다.어깨 회전근개파열로 깁스한 상태에서 네트에 발이 걸려 의식을 잃고 뇌출혈로 응급·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다.행복,건강에 집착하지 말고 여백 있게 헐렁하게 생활하자고 한다.택환이는 항상 넥타이 정장 차림에 심지어 모친상(喪) 때도 출상일과 겹치지 않는다며 대학 강의를 휴강하지 않았다.

부산 해균이가‘안동역에서’출발한다.목감기로 콧물이 나오는데도 참석했다.해균이는 일본 오사카 한국계열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5년여 동안 틈만 나면 가족들과 일본 곳곳을 여행한 게 귀한 자산이 되었다.귀국 후 학생들의 인성지도로써 학년이 끝날 때면‘학급문집’을 한 권씩 갖도록 평소 글쓰기를 꾸준히 지도해 정부로부터 큰 상도 받았다.

틈만 나면 팔굽혀펴기 60개가 습관이 된‘건강 맨’서울 신석이가‘봉선화 연정’을,부산교통공사 축구부산 종구는‘비내리는 고모령’으로 지역별 노래자랑을 계속한다.노래방도 아니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데도 다들 막힘이 없다.뇌 과학자들은 70∼80대 기억력도 기본적으로 연령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문제는 집중력의 차이라고 한다.“우리에게 흥이 사라지면 물 없는 사막”이라며 부산회장 진상이가 불편한 다리를 거두고 일어난다.진상이는 자영업을 계속하며,동창들에게 티셔츠를 선물하곤 했다.선물하면 단연 부산 상규다.공장장으로 오래 근무하는 자사 포장제품‘롤백’대중소 3가지를 매년 선물한다.아내가 좋아하는 옹골진 주방용품이다.상규는 부산에 사시던 선생님 부부를 해마다 모시고 식사 대접을 한 친구다.

이쯤에서 노용섭 동창회장이 “70대 중반 우리 또래는 경로당에 가면 80∼90대 형님들이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시킨다”며‘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로 펌프질을 한다.질펀한 술자리가 아니고 적당히 배움을 주고받는 동창회 첫날은‘꿀잠’까지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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