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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각종‘감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자산을 가진 중산층’을 포섭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의 이해관계와도 얽혀 있다.

©시사IN 이정현
©시사IN 이정현


‘한 끗 차이’는 후유증이 길다‘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있지만,크라운 바카라위로는 잠깐이다.정치권에서,선거에서‘한 끗 차이’의 여파는 오래간다.제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로 정권을 넘겨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다음 대선을 위한‘확실한 카드’를 원한다.대선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대선에서 반드시 설득해야 할 유권자를 누구로 상정하는지에 따라 카드의 종류는 달라진다.그 고민의 결과가 제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이 설정한 목표는 명료해 보인다‘자산을 가진 중산층’이다.총선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자산을 가진 중산층 유권자를 향해 노골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다.출발선 테이프는 5월9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끊었다.이날 공개된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 원내대표는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라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함께 원내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제22대 총선에서 1주택자 종부세 공제 한도를 16억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고민정 최고위원은 5월24일 공개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권을 잡지 못하는 정당은 의미가 없다.종부세는 폐지했으면 좋겠다”라는 발언을 남겼다.민주당 내에서 종부세에 대한 적극적인 완화 메시지가 나오자,정부와 여당은 반색하며 논의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6월1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시사IN 신선영
6월1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시사IN 신선영


현행 종부세 제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훨씬 완화된 상태다.1가구 1주택의 경우 기본 공제액(세금을 안 내는 구간)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어났고,윤석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는 바람에 최근 종부세 부과 대상은 대폭 줄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서 등장하는 종부세 감세 카드는 좀 더 완화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상당수 수도권 유권자를 잃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타이밍이 묘하다.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170석을 차지해 원내 1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중도층으로부터 심판받은 선거가 아닌,지지층이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다.입법부에서 민주당의 권한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박찬대 원내대표의 세금 정책‘우클릭’은 다소 갑작스럽다.하지만 종부세의 뒤를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세금들을 함께 살펴보면,민주당이 중장기적으로 노리는 유권자의 성격이 명확해진다.

현재 감세 논란이 일고 있는 또 다른 세목은 상속증여세와 금융투자소득세다.6월4일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집값이 올라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미세 조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라며 상속세 개편 논의에 불을 붙였다.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아직까지‘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당론을 유지하고 있지만,변화의 여지도 남아 있다.박찬대 원내대표가 6월9일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는) 조세 정의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뭔지 잘 파악해서 신중히 대응하겠다”라며 확답을 피한 것이다.

포섭할 수 있는 유권자 얼마나 되나

종부세·상속세·금투세의 특징은‘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문제는‘이 세금을 내는 소수 유권자’다.종부세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이 해당된다.현재 1가구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기준 12억원을 넘기지 않는다면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된다.금투세 역시 실제 납세 인원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금융투자를 통해 연 5000만원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상속세는 기본 공제액(일괄공제 기준)이 5억원이다.모두‘공제’라는 범주가 존재하고,그 선 안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하지만‘선’에 걸친 사람들일수록,혹은‘선’과 가까워지는 이들일수록 세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자산을 가진 중산층’을 포섭하는 것은 자산이 많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자산을 갖고 싶은‘중산층이고 싶은’이들도 함께 포섭 대상이 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선’을 상향 조정해 정치적 효과를 거두려 한다.일종의 부유세 성격을 띠는 이 세 가지 세목을 미세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유권자의 이해관계를 건드릴 수 있다‘미세 조정’을 통해 포섭할 수 있는 유권자는 많은 반면,감소하는 세수는 (민주당 의원들이 보기에)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6월13일 한 시민이 서울 서초구 잠원로 일대 부동산 앞을 지나가고 있다.©시사IN 신선영
6월13일 한 시민이 서울 서초구 잠원로 일대 부동산 앞을 지나가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종부세 통계를 예로 들어보자.지난해 전체 종부세 세입은 4조2000억원 규모였다.이 중에 주택분 종부세 납세 인원은 약 40만8000명,결정세액(총액)은 9000억원 정도다.여기서‘1가구 1주택자’라는 거름망을 한 번 더 휘저으면,전체 납세 인원은 11만1000명,결정세액은 913억원으로 줄어든다.박찬대 원내대표가 노리는 유권자층의 규모,그리고 감당해야 할 세수 결손액을 예상해볼 수 있다.

상속세는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당장은 종부세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나,종부세만큼 뜨거운 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인구구성의 변화로 인한 충격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최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먼저 논란이 된‘노노(老老) 상속’문제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노노 상속’이란 80·90대에 접어든 부모가 50·60대 자녀에게 자산을 상속하는 것을 의미한다.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평균수명이 길어져 상속재산이 이전되는 시기 역시 늦춰지는 것을 의미한다.재산을 상속받는 피상속인들도 소비 성향이 크지 않은 고령층이라서 상속·증여 시점이 늦으면 늦을수록 사회 내 부(富)가 묶여 있게 된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상속 시점 문제는 한국도 비슷하다‘상속세 과세인원 및 총 결정세액 통계’를 보면 변화가 체감된다.2010년 4547명이던 피상속인은 2021년 1만2749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총 결정세액(걷는 세금 총액) 역시 2010년 1조5545억원에서 2021년 4조9131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2021년 4월22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2021년 4월22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변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사망자가 늘고,상속세 대상이 되는 상속 자산도 늘었다.2010년 80세 이상 사망자의 수는 8만5501명이었다.그러나 2021년에는 이 인구가 15만8739명,2022년에는 20만493명으로 늘었다.12년 만에 80세 이상 고령층 사망자의 규모가 두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코로나19로 인한 단기 급증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상대적으로 코로나19가 잦아든 2023년에도 약 19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통계청은 잠정 집계하고 있다.

상속세가 부과되는 자산도 증가하고 있다.상속세는 통상 5억원을 일괄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에 부과된다(유산세 방식).이 일괄공제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재정·세무 분야에서 꽤 오랫동안 제기되어왔다.상속세를 내지 않는 기준선인‘5억원’이 1996년 상속세 개정 이후 쭉 유지되어왔기 때문이다.1990년대‘상속세’의 개념은 물려줄 것이 많은 중산층 이상 자산가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다.그러나 2010년대 하반기부터 이어진 부동산 폭등기를 거친 뒤,일괄공제 5억원을 넘기는 상속이 늘어났고,크라운 바카라상속세 부과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피상속인 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속내 뻔히 들여다보이는 감세 정책

상속세는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에게 민감한 이슈다.50·60대에게는 당면한 문제다.공교롭게도 이들은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자 가장 열성적으로 투표하는 세대다.민주당 입장에서 상속세 개편은 1996년부터 이어져온 기준선을 높인다는 당위와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해소한다는 정치적 이점이 있다.정부와 여당이 주로 중소기업 가업 승계와 기업 밸류업을 위한 부유층 상속세 개편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민주당에서 제기되는 상속세 개편은 종부세 이슈와 마찬가지로‘과세 선을 미세 조정’하는 목적이 크다.모두 중장기적으로 다음 대선을 노리는 전략이다.

그러나 상속세를 건드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부의 이전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특히 상속세 공제액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증여세 공제액에 대한 논란을 수반한다.상속세와 증여세는 묶음이다.어느 한쪽이 유리할수록,부의 이전 방식은 한쪽으로 쏠린다.이미 한국은 상속세 공제액이 증여세 공제액보다 크다.직계존·비속이 증여 과정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년간 5000만원 수준이다.상속 공제액을 늘릴수록 이에 따라‘증여 공제 역시 늘려달라’는 요구가 등장할 수 있다.부의 이전을 보다 용이하게 해달라는 유권자의 요구를 수권 정당을 꿈꾸는 민주당이 무시할 수 있을까?더욱이 상속세·증여세 문제는 50·60대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인 20·30대에게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된다.이전된 부에 대해선 그에 따르는 과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지만‘선’을 한번 조정하는 순간 나머지 세입 구조도 형평성이라는 명분으로 조정이 요구될 수 있다.

6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6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러한‘감세 정치’는 정당의 계급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아무리 감세로 수혜를 받는 사람이 많다 하더라도,이로 인한 세수 결손을 무시하기 어렵다.이미 당내에서도 감세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6월4일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종부세 (개편은) 졸속으로 검토할 것도,개별 의원 소신에 의해 추진할 사안도 아니다.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종부세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도 “개별적 견해”로 국한시키는 모습이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이슈몰이를 한‘감세 정국’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대통령실도 5월31일 “야당이 종부세 폐지 검토에 나선 만큼 국회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면 좋겠다”라는 반응을 보였고,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 연찬회 자리에서 “종부세의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고 제안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여당 내에서는 상속세 역시 유산취득세 형태(상속 시 상속 재산에 한꺼번에 세금을 매기는 게 아니라,개별 피상속인의 취득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로 개편하려 하고 있다.그러나 종부세의 경우,당초‘폐지’까지 언급했던 것과 달리 6월12일 재정·세제개편특위에서‘일부 조정’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종부세 세목이 갖는 지방 균형재정 역할이 여당 내에서도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재정학 전문가인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2년에 출간한 〈재정 전쟁〉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강조한다.“세금과 복지의 절반은 정치다.” 재정을 확보하는 조세제도 개편은 고려해야 할 것이 많고 파급효과가 크며 무엇보다 납세자의 수용성 문제까지 염두에 두는 정치적 문제라는 지적이다.민주당의 감세 시도가 전통적 지지층까지 수긍하게 하려면 일부 감세로 인한 세수 결손에 대한 논의가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그러나 당장 대두되는 것은 여전히‘선’과‘선 근처에 있는 유권자의 숫자’다.현시점 민주당의 세금 정치에는 확보하려는 유권자와 극복하려는‘한 끗’은 보이지만,안정적 재정을 위한 조세체계 밑그림은 보이지 않는다.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감세 정책일수록,반발도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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