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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관계자 23명 소환 조사.민주노총 "경찰의 재량권 남발"
노동절인 지난달 1일 대구에서 열린 집회를 두고 경찰이 민주노총 간부 등 23명을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자 노동계가 경찰의 재량권 남발과 부당한 집회 방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지난 4월 15일 대구경찰청에 '5월 1일 대구시의회 앞 왕복5차로(공평네거리~교동네거리 등)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내용의 옥외집회(시위·행진) 신고서를 접수했다.이곳은 지난해에도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노동절대회를 개최한 곳이다.
약 1주일 후인 4월 23일 대구경찰청은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 통보서'를 통해 교동네거리에서 공평네거리 방향 1개차로 사용을 제한한다고 통보한데 이어 26일에는 '질서유지선 설정 고지서'를 통보했다.하지만 대구본부는 당시 질서유지선 조율이 가능하다고 봤고 설정고지서를 수령하지 않았다.
노동절인 1일 오전 경찰은 1개 차로를 막고 펜스로 질서유지선을 설치해 노동절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무대를 설치하려던 대구본부와 마찰을 빚었다.(관련기사 : 대구 노동자들의 성난 목소리 "윤,아시안컵 컴퓨터로법치 운운하며 노동자 매도")
대구본부는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집회에 참가한 약 3500여 명(주최측 추산 5000명)의 노동자들에게 공간을 확보할 것을 지시하면서 경찰과 대치했고 결국 행사는 약 30여분 늦게 시작됐다.경찰은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경찰통제선을 벗어나 집시법 위반"이라며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23일 이길우 대구본부장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23명의 집회 참가자에 대해 집시법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소환 조사했다.
경찰의 소환조사에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19일 대구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자의적 판단과 재량권 남발로 제한 통고를 한 데 이어 무리하게 질서유지선까지 설정해 부당하게 집회를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의 불합리한 판단과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참가자와의 마찰이 유발됐고 집회 시위의 자유도 침해됐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한 경찰에게 충돌의 책임이 있다"고 반발했다.
대구본부는 "경찰은 난데없이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 통보서'를 내밀며 1개 차로에 대한 제한을 통고했다"며 "당일에는 철제 펜스를 설치해 집회를 위한 무대설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이는 명백하고 심대한 집회 방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일 배포한 대구경찰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집회를 진행하는 일정시간 동안은 전면통제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는 일정시간 동안 해당 장소를 전면 통제하더라도 심대한 교통방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이는 경찰이 위법하게 제한 통보를 한 근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집회 참가자가 아니라 경찰"이라며 "경찰은 무더기 소환조사로 공안분위기를 형성하며 노동조합을 탄압할 것이 아니라 대회를 방해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선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경찰은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를 위해 집회 장소를 우회하도록 안내했다"며 "집회 규모와 참여 인원,집회 장소에 비추어 봤을 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집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질서유지선 설정에 대해서도 "집시법 제13조 1항에 따르면 경찰은 집회 시위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범위에서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노동절에 한 질서유지선 설정은 평화적인 집회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을 좁은 장소에 몰아넣음으로써 집회 진행을 어렵게 하고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탁 변호사는 "경찰은 위법한 집회 제한 통보,아시안컵 컴퓨터로질서유지선 설정을 하여 사실상 집회를 방해해 놓고 무차별적인 수사를 통해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하고 있다"며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권한을 남용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대구경찰청"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