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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 계열사 기술 경쟁력 높이려는 정공법
“SK그룹(이하 SK) 리밸런싱엔 기술·제조 기업으로서 다시 본업에 매진하겠다는 선언이 담겨 있다.SK는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2016년부터 국내외 기업들을 쇼핑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다.다만 최근 재무 상태에서 알 수 있듯 그 결과는 실패에 가깝다.경영진이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주력인 반도체,이차전지 등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정공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가 SK가 추진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수년간 기업 인수합병(M&A)을 지속하며 투자 회사 색채가 짙어진 SK가 이번 재편을 통해 기술 경쟁력이라는 본류로 되돌아가고자 한다는 설명이다.지난해 말 시작된 SK의 고강도 리밸런싱이 하나 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 구조가 어떻게 통폐합될지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재차 언급할 정도로 위기의식을 강조한 배경엔 SK의 재무 리스크가 있다.SK는 지난해 10대 대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1조 원 미만(6590억 원) 순이익을 냈다(그래프 참조).반도체 불황,토토 쿨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 주력 산업 관련 악재가 이어진 탓이다.그럼에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CAPEX)는 지속해야 했기에 차입을 계속 늘렸다.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 합산 차입금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섰다.기업 여유자금을 뜻하는‘잉여현금흐름’은 계열사 대부분이 수년째 마이너스다.
이에 계열사 정리 방안에도 SK온 모기업 SK이노베이션과 알짜 중간 지주사 SK E&S의 합병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만년 적자인 SK온이 7조5000억 원이라는 설비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차입 또는 상장이 필요하다.그러나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은 SK온 차입보증을 더는 설 수 없을 정도로 부채(21조3212억→50조7592억 원)가 늘었고,최근 신용등급까지 기존 BBB-에서 BB+로 한 단계 떨어져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그렇다고 SK온을 상장하기엔 최근 침체된 전기차 시장 분위기 때문에 흥행 실패 가능성이 크다.이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올리는 SK E&S 지분을 SK이노베이션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게 유력한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SK 리밸런싱이 경영 방침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박주근 대표는 “SK는 에너지,통신 등 기술·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며 “그런 SK가 2016년부터 문어발 확장을 통해 기업 외연을 넓히는 데 치중하고,그 안에서 신사업을 찾으면 된다는 식의 경영을 해왔다”고 말했다.이어 박 대표는 “SK 연혁을 통틀어 지금까지를 3.0 시기로 본다면 이번 리밸런싱 이후는 4.0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으로 성과를 내듯,SK가 쇄신을 통해 초심을 되찾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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