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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적 집중호우에 농가 시름“비닐하우스 다 잠겨 올 농사 망쳐”
짧은 시간 폭우… 농촌 대비 어려워
낮엔 흐리고 밤엔 비‘일조량’부족
수확량 감소… 결국 물가 상승으로
12년째 전북 익산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왕봉수(63)씨는 9일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6000㎡(약 1800평) 규모의 토마토 비닐하우스가 비 피해를 입어 사실상 올해 농사를 망쳐서다.왕씨는 “1년에 12번,북일고한 번에 4~5t의 토마토를 수확했는데 이번 비로 묘목이 썩어 모두 걷어내야 한다”며 “땅이 마르고 모종을 다시 심어 수확하려면 빨라야 겨울”이라고 말했다.이어 “지난해 여름에는 수해를 입고,북일고올 1~2월 비가 많이 내려 역병(전염병)이 걸렸다”면서 “폭염,호우가 번갈아 닥쳐 농사짓기가 점점 어렵다”며 원망스럽게 하늘을 바라봤다.
전북 전주시 원동에서 25년간 복숭아 농사를 지은 송주호(69) 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작황이 좋아 기대가 컸다.희망은 곧 악몽으로 바뀌었다.송씨는 “얼마 전까지 건조해 잎이 다 떨어졌는데 뒤늦게 비가 쏟아진 뒤 갑자기 새순이 나왔다.상품성이 사라졌다”고 했다.그는 “떨어진 복숭아를 열어 봤더니 대부분‘뻥카’(속이 빈 복숭아)였다.가장 먼저 익은 나무를 확인해 보니 (복숭아) 절반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신용습 영남대 원예생명과학과 겸임교수는 “우리처럼 온대지역에서 재배하는 과일은 여름에 햇빛을 충분히 받아 광합성을 해야 당도가 올라가고 생육이 된다”며 “지금처럼 낮에도 흐리고 밤에는 비가 내려 일조량이 부족해지면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노지(밭) 채소는 폭우로 수확이 안 되고 시설 채소는 광합성이 부족해 정상 생육이 안 되는 문제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습한 기후는 병해충의 주원인이다.농약을 뿌리면 과수 표면이‘코팅’돼 병해충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그런데 집중 호우가 불규칙하게 내리면서 농약이 씻겨 내려가길 반복하는 상황이다.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올해‘금사과’파동의 원인은 지난해 습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탄저병이 발생한 탓”이라며 “올여름 호우는 농민에게 대처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해도 늘고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기후위기와 농업·농촌의 대응’보고서에서 “태풍과 호우 피해 때문에 농작물 재해보험에서 지급된 보험금이 2018년 이후 1000억원대 이상으로 급등했다”고 분석했다.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요즘 폭우는 200㎜가 종일 내리는 게 아니라 3~4시간 만에 쏟아지는 식이기 때문에 배수 인프라가 빈약한 농촌에 더 가혹하다”고 했다.
‘도깨비 장마’는 물가 상승을 압박한다.한국개발연구원(KDI)의‘기상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신선식품 가격은 평균 강수량이 추세 대비 100㎜ 증가하면 최대 0.93%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배추(10kg·도매가격)는 전달보다 38.9% 올랐고,적상추(이하 4kg)는 114.0%,시금치는 129.0%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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