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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매물 늘고 가격 하락세
“가격 싸도 손해볼라 매입 고민”
딜러 “벤츠 사고 모델 매입 거부”
차주들 “배상책임,화재보다 걱정”
“가격이 떨어질 것이 뻔히 보이는 매물을 받았다가 자칫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전기차를 매입하려는 딜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14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만난 한 중고차 딜러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 문의가 뚝 끊겼다”며 이같이 말했다▶관련기사 3면
이날 만난 자동차 딜러들은 “전기차를 처분하고 싶어하는 고객은 늘고 있지만,믈브 분석사려는 소비자가 없어 전기차 문의는 받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특히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관련 전기차에 대한 매물은 늘고,가격은 떨어지는 분위기다.
▶구매 문의 끊겨.당장 보관도 걱정= 중고차 시장의 한 딜러는 “화재 사건 이후 중고 전기차 시장 자체가 겁을 먹었다”며 “팔려는 사람은 물건을 내놓고도 가격을 안 내리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믈브 분석막상 구매를 문의하던 고객들은 연락이 끊겼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보관도 문제다.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의 경우 충전 중이 아닌 차량에서 불이 난 탓에 업계에서는 차량을 쌓아두기가 무섭다는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또 다른 딜러는 “언제 어디서 불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화재가 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모델은‘매입 거부’를 원칙으로 세운 곳도 있다.한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 몇 차례 EQE 350 모델 관련‘내 차 팔기’문의가 있었지만,매입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를 처분하려는 움직임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전기차 차량 화재가 발생한 지난 1일 이후 7일간‘내차 팔기 홈 서비스’에 등록된 전기차 접수량은 직전 주(지난달 25~31일) 대비 184% 증가했다.같은 기간 접수된 중고 전기차 매물 중 화재가 난 EQ 시리즈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로,믈브 분석직전 주(0건)보다 늘었다.
엔카닷컴도 지난 1~8일 접수된‘내 차 팔기’매물 중 EQE 모델(EQE V295·EQE SUV X294)은 총 13대로,지난달 한 달간 접수된 물량(5대)을 크게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전기차 가격도 떨어지는 분위기다.엔카닷컴의‘8월 자동차 시세’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97%,1.11% 하락했다.특히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는 각각 2.61%,믈브 분석3.36%의 평균보다 높은 가격 하락 폭을 보였다.
▶“막대한 배상 두려워” vs “싸게 살 기회”=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전기차 소유주들은 특히 화재 자체보다 이후 발생할‘배상 책임 소재’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로 발발된‘가격 하락’을 구매 기회로 보기도 한다.
최근 자동차 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기차 보유자의 현재 우려 요소를 조사한 결과‘화재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 소재’가 60%로 1위를 차지했다.이번 조사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기차 보유자 123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믈브 분석우려 사항 12개를 제시하고 가장 걱정되는 3가지를 고르는 복수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배상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가 화재 발생 불안감(51%)보다 9%포인트나 높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컨슈머인사이트는 설명했다.화재 발생 자체보다 발생 후 책임 논란이 더 큰 걱정인 셈이다.이어‘전기차 품질·안전에 대한 불신’(38%)‘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30%)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한 소비자는 “결국은 가격이 문제인데 지금 추세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이라면 그래도 불안감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는 현재 수요 둔화 상황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는 한편,가격 하락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전기차 구매의 기회로 보는 일부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가격대가 형성될 때까지 당분간 시세 하락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김용재 기자·김도윤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