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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지 공장 22명 사망
공장 2층 배터리 폭발로 시작
주변 제품들로 빠르게 확산
오후 3시쯤 큰 불길 잡혔지만
갇힌 직원들 탈출 못해 참변
◆ 화성 화재 참사 ◆
24일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연쇄 폭발로 순식간에 화마가 작업장을 덮친 데다 추가 폭발의 염려가 있어 소방 진입 및 진화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리튬 1차전지를 제조하는 곳으로,브라간치누 경기일반 철골 구조의 11개 건물로 이뤄졌다.이날 화재 신고 직후 소방당국은 소방관 등 인원 159명과 펌프차 등 장비 63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이날 오후 3시께 큰 불길은 잡혔지만 현장에 고립된 직원들이 빠져나오기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소방당국이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화재는 공장 3동 2층에 있는 리튬배터리 가운데 한 개에서 폭발하듯 연소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화재 초기 현장 상황이 담긴 10여 초의 영상을 보면 최초 폭발 이후 강한 화염과 함께 폭탄이 터지듯 연쇄적인 폭발이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초당 10차례도 넘는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리며 배터리 파편으로 추정되는 잔해물이 주변으로 튕겨 나온다.
불이 붙은 리튬전지에 물을 뿌리면 가연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로 인해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에 진입하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화재 확산을 막는 수준에서 구조 작업에 나서야 했다.이날 소방관들은 연쇄 폭발로 인해 내부에 진입하지 못한 채 건물 벽에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불길이 다른 건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소방당국은 한때 물 대신 마른 모래 등을 활용해 진화하는 방식을 검토했으나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소량인 것으로 확인돼 물을 활용한 일반적인 진압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숨진 근로자들은 처음 불이 난 공장 2층에서 발견됐다.이곳에서는 리튬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이 이뤄졌다.1158㎡(약 350평) 규모인 2층에서 보관하고 있던 리튬배터리 숫자만 3만5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최초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에서 다른 배터리로 연쇄적으로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CCTV 분석 결과 처음에는 배터리 부분에서 작은 흰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연기가 급격하게 퍼지며 작업실 공간 전체를 뒤덮는 데 약 15초밖에 안 걸렸다"면서 "그 상황에서 작업자들은 처음엔 조금 당황하는 듯하다가 소화기를 가지고 와서 진화를 시도했으나 주변에 리튬이 있다 보니 소화 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이원규 아리셀 생산기술파트 책임(58)은 "3동 1층은 정밀 작업을 하는 곳이라 근로자들이 장갑,브라간치누 경기마스크,브라간치누 경기방진복을 모두 갖춰 입고 있었다"며 "반면 화재가 발생한 2층은 작업복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한 이가 많아 유독가스에 더 취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브리핑에서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사망자의 정확한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남성·여성만 간신히 구분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확인된 사망자 22명 외에 추가로 알려진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해 밤늦게까지 수색을 이어갔다.조 본부장은 "오후 5시께 추가 실종자의 휴대전화 위치값이 화재 현장 근방에 있는 것으로 나와 정밀 수색 중"이라며 "이분에 대한 수색 작업은 조명을 동원해 늦게까지 하고 대원 안전을 고려해 내일 아침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2020년 4월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이후 최대 화재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당시 사고로 38명이 사망했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성 지혜진 기자 / 서울 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