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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대신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로 농작물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다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본지가 유튜브를 통해 파악한 결과 12일 기준‘락스로 탄저병 막아요‘소주로 진딧물 퇴치하기‘빙초산으로 제초하는 방법’등 병해충 방제 영상물 조회수가 많게는 수만회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앞서 본지가 지적한 지(2020년 5월8일자 10면 보도) 4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들 영상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 방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영상을 올린 사람은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 소속이 아니라 농업을 소재로 영상을 자체 제작·게시하는 이른바‘농튜버’들이다.
이들이 제시한 방법은 대부분 과학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작물과 토양에 큰 해를 끼칠 수 있어 문제다.락스로 고추 탄저병을 잡았다는 영상이 대표적이다.해당 영상은 삭제되지 않고 몇년째 올라와 있다.
본지가 농촌진흥청 등 전문기관에 내용 검증을 의뢰한 결과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박종호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연구사는 “락스는‘차아염소산나트륨’이란 성분으로 가스를 내뿜어 작물 표면을 살균 소독할 수는 있지만 유익한 미생물·균을 죽일 수 있고,샘토링과도하게 살포하면 토양이 알칼리성으로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제 회사에서도 우려를 표하긴 마찬가지다.유한락스 측은 자체 홈페이지‘묻고 답하기’게시판에 “락스는 식품첨가물로 과일·채소류를 소독할 수는 있지만 사용 후 반드시 맑은 물로 충분히 헹궈내야 한다”면서 “식용이 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므로 오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소주·빙초산으로 진딧물과 잡초를 퇴치했다는 영상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김병찬 동방아그로 마케팅본부 차장은 “소주는 농약으로 치면 고독성에 가깝고 빙초산은 산도가 강해 농작물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어 농사에 활용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검증된 농법이 없지는 않다.식초·바닷물이 잡초 제거와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여러 전문기관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하지만 그마저도 용법을 잘 지키지 않으면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농진청에 따르면 식초로 잡초를 없애려면‘3배 식초’를 4배로 희석한 뒤 사용해야 한다.그런데 시판 제초제인‘근사미’와 비교했을 때 동일한 면적에 같은 효과를 내는 식초 희석액을 만들려면 5배 이상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근사미’는 300㎖들이 1통을 180ℓ로 희석해 10a(300평)에 뿌릴 수 있다.1통당 판매가격은 1만원이다.그런데‘3배 식초’를 사용하면 희석 배율을 고려했을 때 15ℓ들이 3통이 필요하다‘3배 식초’의 소비자가격은 1통당 1만8000원선으로,샘토링구매하는 데만 5만4000원이 든다.박 연구사는 “더욱이 식초를 사용하면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바닷물농법도 주의가 필요하다.농진청에 따르면 고추 흰가루병이 잎에 발생하면 초기에 바닷물을 30배 희석해 잎의 앞·뒷면에 일주일 간격으로 3∼4회 처리하면 효과가 있다.하지만 식용 소금을 물에 녹이거나 소금을 토양에 직접 뿌리면 작물 생육에 지장을 주고 토양에 염류집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작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이같은 농법·제품은 약효·약해가 검증되지 않은 만큼 과학적으로 제조한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