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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리튬전지 등 화학물질,소화약제 개발"
현재 금속화재,증기탑소화기 성능 검증 기준 없어
D급 소화기 없어 화재↑?…"배터리와 구분"
"D급 소화기 기준 마련…R&D 예산 확보를"
실효성 의문도…"해외도 열폭주 방법 없어"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공동취재) 2024.06.25.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공동취재) 2024.06.25.[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작업자 23명이 숨지는 등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증기탑실효성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현재 금속 화재 소화기에 대한 기준이 없는 만큼 이를 마련하고 리튬 소화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30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화성 공장 화재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리튬 전지와 같은 화학 물질에 대한 소화 약제를 새롭게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화성 화재는 리튬 배터리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는데,당시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튬 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행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술기준'(NFSC 101)은 화재의 종류를 일반화재(A급),증기탑유류화재(B급),전기화재(C급),주방화재(K급) 등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화재 유형별로 사용해야 하는 전용 소화기도 나뉘어져 있다.A·B·C급 화재는 우리가 흔히 쓰는 일반 분말 소화기,B·C급 화재는 이산화탄소 소화기,K급 화재는 강화액 소화기가 적합하다.

문제는 리튬,마그네슘 등 가연성 금속에서 일어나는 화재인 금속화재(D급)의 경우 현재 전용 소화기에 대한 별도의 성능 검증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2020년 국내 금속 화재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해외처럼 금속 화재를 별도로 분류해 소화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리튬 등 반응성이 높은 금속은 물과 만나면 수소가 발생해 폭발한다.이에 마른 모래나 D급 소화기 등으로 진화해야 한다.미국 등은 마그네슘,나트륨,칼륨,나트륨·칼륨 합금 등 4가지 D급 화재에 대한 전용 소화기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에 소방청은 지난해 3월 '소화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 기술기준' 개정안을 통해 D급 소화기의 소화성능시험 신설 등을 행정 예고했지만,관련 기준 마련은 1년 넘게 늦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D급 소화기 개발은 물론 관련 심사나 승인 절차,증기탑설치 의무 규정도 없는 실정이다.특히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D급 소화기가 무분별하게 유통·판매 되면서 소화기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31명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발생 당시 CCTV(사진=중앙긴급구조통제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1명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발생 당시 CCTV(사진=중앙긴급구조통제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각에서는 이번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의 경우 D급 소화기 기준이 없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실제로 화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작업자들은 일반 분말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속 화재와 리튬 배터리 화재는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리튬 배터리 화재는 리튬 자체가 아닌 배터리 내 여러 유기 물질이 타는 복합적인 화재"라며 "단순히 D급 소화기가 있었다면 끌 수 있었다고 보편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섣부른 의견"이라고 했다.

다만 D급 소화기가 리튬 배터리 초기 화재 진화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D급 소화기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기는 초기 화재 진압용인 만큼 초반에 불이 났을 때 냉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D급 소화기에 대한 형식 승인 기준부터 빨리 만들고,연구개발(R&D)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단 소방청은 이르면 7~8월 D급 소화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심사와 허가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이는 '마그네슘 합금 칩' 화재에 대비한 소화기어서 리튬 전용 소화기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많은 업체들이 형식 승인을 받지 못했을 뿐,지금도 계속 리튬과 관련한 소화 약제를 개발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그 기준만 만들어주면 개발에는 아마 속도가 많이 붙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D급 화재에 대한 분류 기준이 있는 해외마저도 현재 리튬과 관련해서는 그 기준이 없는 데다 특히 리튬 배터리 화재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소화 약제나 소화기 기준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구는 당연히 계속 해야 할 일이지만,증기탑해외의 D급 소화기를 보면 아직까지는 (리튬 전용 소화기 개발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화재가 어느 정도 확대되면 D급 소화기도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리튬 배터리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열폭주'를 막아야 하는데,증기탑현재는 원천적으로 이를 막을 소화 약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이 때문에 리튬 배터리 화재는 많은 나라들이 다량의 물로 냉각 소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 개발에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인명 피해 예방에 보다 신경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교수는 "화재를 진화하는 데 기술적으로 불확실하고 한계가 있다면 여기에 막대한 예산 투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차라리 어떻게 하면 신속히 대피해 인명 피해를 줄일지 고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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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탑,아주경제=한영훈 기자 han@aju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