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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심층 인터뷰… 트라우마 극심
“밤마다 사고 모습 생생히 떠올라”… “횡단보도 건너는데 다리 힘 풀려”
“내가 뭘 본건지… 충격에 눈물부터”
전문가 “범정부적 심리치료 시급”
“처음에는 내가 뭘 본 건지 와닿지가 않았어요.그런데 뭔지 알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거 있죠.너무 충격을 받아서….”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40대 유모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유 씨는 기자와 얘기하는 동안 울먹이거나 말을 멈추는 등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그는 “이곳 지리와 신호를 잘 알다 보니‘10초만 늦었어도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죽었겠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월드컵 최종예선 진출국현장 목격자와 사고를 간접적으로 접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트라우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처럼‘일상 속 참사’를 마주한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월드컵 최종예선 진출국정부가 심리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잘 때마다 사고 장면 떠올라” 호소
설문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트라우마 평가 지침에 따라‘관련 기억이나 생각,월드컵 최종예선 진출국또는 감정을 피하는가‘관련 악몽을 반복해서 꾸는가‘관련해 자기 자신의 탓을 하고 있는가’등의 문항 20개로 진행했다.문항당 5점(전혀 아님 0점∼매우 많이 4점) 척도로 총점이 37점 이상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으로 심리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27점 이상은 트라우마가 아주 심하진 않지만,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설문 결과 유 씨는 61점을 기록한 고위험군으로 분석됐다.당장 트라우마 상담 등 심리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56점을 기록한 손화자 씨(85·자영업)는 인터뷰에서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니 믿기지 않는다.하루에도 스무 번 넘게 사고 현장을 멍하니 보고 있는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32점이 나온 유모 씨(48·자영업)도 “‘쿵’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지 살펴보려고 갔는데 길바닥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봤다”며 “잘 때 눈 감으면 사고 모습이 계속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호소했다.29점이 나온 박평국 씨(57)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디선가‘드드드’하는 굉음이 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콱 막히더라”라고 토로했다.박 씨는 사고 당시‘쿵’하는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나와 현장 수습을 도운 바 있다.
● “범정부 차원 심리 지원 필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0명 중 8명도 심리치료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현재 목격자에 대한 심리 상담·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 중구의 심리상담센터 직원은 18명 남짓에 불과해 밀려드는 상담 수요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고를 관찰했다면 트라우마 진단을 받을 수 있다”며 “다수의 시민이 희생당한‘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정부는 상담 전문가들을 찾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보건복지부는‘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를 확대 운영하고 목격자 1000여 명의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등 지원책을 적극 펼쳤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트라우마 치료를 밀착 지원했다.하지만 시청역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전문기관이 지역 사정에 밝은 구청 등 기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목격자와 인근 상인에 대한 집중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시청역 참사 가해 운전자 차모 씨(68)의 2차 피의자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경찰 관계자는 “늦어도 수요일(10일) 전에는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