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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 강행한 18일 총궐기대회 열고 "끝까지 싸우겠다"
임현택 "정부가 요구 안 받아주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의사들 "정부가 죽인 의료 살려낼 것…전문가 의견 들어야"
"정부가 바뀌지 않는다면 의사도 바뀌는 건 없겠죠."
체감온도가 32도를 오르내리는 6월18일 오후 2시30분.1만여 명의 의사들이 "의료붕괴 저지"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로 나왔다.소아과 병원을 휴진하고 왔다는 의사 강아무개(34·여)씨는 정부가 변하지 않으면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결의를 보였다.그는 "정부가 전문가 집단과 아무런 협상 없이 (의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집단휴진을 강행하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며 "정부의 독재에 맞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민 의료를 반드시 살리자"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전국의 수많은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고,기아 지역교육농단으로 의대생들이 학교 현장을 떠난 지 벌써 4개월이 넘었다"며 "(정부가) 사직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강제노동을 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를 노예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로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폭압적인 정부가 의사들을 전문가로,기아 지역생명 살리는 소중한 존재로 대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이날 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 등 3가지 요구사항을 내걸고 전국에서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당초 의협은 집회 참가인원을 2만 명으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5000~1만2000여 명으로 추산했다.참가자들은 '준비 안 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한다',기아 지역'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의협 간부가 "오늘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려고 모인 게 아니다.환자를 위해 모였다"고 외치자 참가자들 사이에선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의협의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가 명령으로 이뤄진 줄 아는 (정부의) 불통과 오만함을 우리가 나서서 정신 차리게 하자"며 박수를 유도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 관료들이 의사들을 공공재라고 하지만 대민의료의 90%는 사유재산"이라며 "정부는 의사가 공공재라는 망상으로 자기 직업을 선택할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매일 초헌법적 명령을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의사는 주6일(근무)이 당연한 미친 나라에서 국민들은 주4일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든다고 한다"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말기성인병 환자가 돼가는 의료시스템을 '2000명 증원' 정책으로 회복불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 도중 사직 이후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전공의를 지원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전공의 1500명이 선배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15억원 후원금 더 필요하다"며 "계좌번호로 입금해달라"고 독려했다.참가자들에게 배부된 피켓 뒷면에는 "전공의 지원 등 투쟁기금 마련에 동참해주시기 바란다"라는 문구와 함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참가자들 머리 위로 대형 현수막을 펼쳐 넘기기도 했다.현수막에는 "정부가 죽인 의료,기아 지역의사들이 살려낸다" "국민·의사 하나 되어 국민건강 지켜내자" 등 문구가 쓰여 있었다.이를 바라보던 한 참가자는 "가슴이 뭉클해진다.개개인이 모여 이렇게 한 뜻을 낼 수 있구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래 공연에서는 '의새'를 의미하는 새 모양의 가면을 쓴 밴드가 연주를 하기도 했다.
'의새'는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이다.일부 의사들은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브리핑 중 '의사'를 '의새'로 들리게 발음한 것을 비꼬며 SNS 등에서 의사와 새를 합성한 사진을 올리는 '의새 챌린지'를 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차가웠다.다만,기아 지역일각에서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2000명 의대 증원을 강행한 것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었다.
집회가 끝난 뒤 인파를 뚫고 지나가던 직장인 박기영(51·가명)씨는 "환자를 위한다면서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는 건 그야말로 모순적인 주장"이라며 "정말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면 환자부터 챙기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의협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의사들이 끝내 불법 집단휴진에 들어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팽개쳤다"며 "불법행위를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집회장 인근에서 40대 여성 이다연(가명)씨는 "지금 상태로는 의사가 늘어나도 비인기 과에 유도할 대책이 없는 거 아닌가"라며 "(정부가) 의료진의 입장을 좀 더 듣고 결정을 내렸어도 이렇게까지 오래 서로 싸우진 않았을 것 같다"며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