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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부유층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럭셔리 신상품 출시가 예고됐습니다.가격은 단돈 500만 달러(약 72억원).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입을 예고한 새로운‘골든 비자(Golden Visa)’입니다.
거액을 내면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준다는 발상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요.누가,왜 그 돈을 기꺼이 지불할까요.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글로벌 산업,골든 비자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금보다 더 값진 골드카드.미국이 팔겠다는데?게티이미지 *이 기사는 2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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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골드 카드’는 무엇?
먼저 개념부터 정리할게요.영주권과 시민권,둘은 다르죠.-영주권(또는 거주권)=외국인이지만(국적 안 바뀜) 그 나라에서 거주와 취업을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권리(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거주권,계속 갱신할 수 있으면 영주권)
-시민권=그 나라 국적을 획득함을 의미
영주권자는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시민권자보다는 제한됩니다.선거권이나 피선거권에 제약이 있고요.특히 눈에 띄는 차이는 여권을 주냐 안 주냐이죠.영주권자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 나라 여권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 골드 카드가 35년간 시행돼 온 투자 이민제도 EB-5 프로그램을 대체한다고 설명했습니다.EB-5 비자는 최소 80만 달러를 미국 기업에 투자해서 최소 1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조건으로 영주권을 내주는 제도인데요.이건 없앤다는 겁니다.EB-5는 일자리 창출이란 목적이 뚜렷한 데다,연간 발행 한도도 1만개로 정해져 있어서 대놓고 장사하는 느낌까진 아니었는데요.
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골드 카드는 아마도 500만 달러를 정부에 수수료로 직접 지불하는 식이 될 거라고 합니다.루트닉 장관은 “우리는 그 돈을 사용하여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죠.적자 감축을 위해 정부가 고액 영주권 판매에 나선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힌 셈인데요.혹시 러시아 재벌들에게도 그걸 팔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답합니다.“그럴 수도 있겠군요.아주 좋은 사람인 러시아 재벌들을 알고 있어요.”
요즘 핫한 골든 비자는 이것
경제적 기여를 하면,즉 돈을 내면 신속하게 영주권(또는 거주권)을 내주는 이런 제도.흔히‘골든 비자(Golden Visa)’라고 부르죠.이 분야 전문가인 크리스틴 수락 런던정경대(LSE) 교수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약 60개국이 골든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또 돈으로 아예 시민권(국적)까지 살 수 있는‘골든 패스포트(Golden Passport)’제도가 있는 나라도 10여 개국이 있는데요.주로 몰타·도미니카 같은 작은 나라이지만,오스트리아도 이에 해당됩니다(단,오스트리아는 금액이 최소 950만 달러로 매우 비쌈).
판이 본격적으로 커진 건 2010년 전후.2008년 영국을 시작으로 아일랜드·포르투갈(2012년),스페인·그리스·헝가리(2013년) 등 재정 사정이 어렵던 유럽 국가가 줄줄이 골든 비자를 도입합니다.주로 현지 부동산에 수십만 유로를 투자하면 5~10년 거주권을 내주는 식이었는데요.이런 골든 비자를 얻으면 유럽 29개국이 체결한‘솅겐 조약’에 따라 다른 EU 국가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죠.또 몇 년 지나면 EU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통로도 되고요.덕분에 골든 비자가 큰 인기를 끌면서 남유럽 국가 재정엔 쏠쏠한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에도 골든 비자에 해당하는 제도가 있는 건 아시죠?2010년 제주도부터 도입된‘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인데요.특정 지역 부동산이나 공익사업에 10억원 이상 투자하면 거주 비자(F-2)를 내주고,5년간 자격을 유지하면 영주권(F-5)을 줍니다.다만 이 프로그램으로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2255명으로 그리 많진 않은데요(이 중 94%는 중국인).참고로 일본과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골든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자금세탁 우려+집값 급등
수억 원 투자금을 턱턱 내놓는 부유한 이민자.나라 경제가 어려울 땐 반가운 존재일 수밖에 없겠죠.실제 그리스·포르투갈에선 한때 골든 비자가 외국인 직접 투자(FDI)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컸습니다.국가 부도로 무너졌던 그리스 부동산 시장을 회복시킨 것도 골든 비자 구매자들이었고요.그럼 골든 비자나 골든 패스포트 구매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요.크리스틴 수락 LSE 교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인이 역시 가장 많고요.이어 중동과 러시아가 큰 수요처라고 합니다.“일반적으로 지난 30년 동안의 엄청난 부의 축적과 권위주의 통치,지정학적 불안 또는 전쟁이 결합된 곳에서 자신의 선택권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이죠.즉,그 나라가 좋아서 오는 것도 있겠지만,모국에 대한 불안·불만이 골든 비자·패스포트 구매의 더 큰 동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영국과 아일랜드는 2023년 골든 비자를 폐지했습니다.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불안감이 커지던 시점이었죠.호주는 역시 스파이와 범죄자가 유입될 수 있고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단 이유로 2024년 1월 이를 없앴습니다.
스페인은 오는 4월 골든 비자 제도를 종료하는데요.이는 안보보다는 부동산 시장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골든 비자 자금 대부분이 부동산에 투자되면서,집값 급등의 주범이란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죠.역시 부동산 문제로 골치 아팠던 포르투갈은 2023년 골든 비자의 투자 목록에서 부동산을 제외했습니다.즉,이제 집을 사는 걸로는 안 되고 각종 펀드에 투자해야 골든 비자가 나오죠.
이만한 돈벌이가 없다
그래서 골든 비자 확대의 유행이 이제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한동안 나왔는데요.하지만 지난 십수 년 동안 흥행성과 수익성이 이미 검증된 시장이잖아요.정부 입장에선 이렇게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많지 않죠.그래서 빠져나가는 국가 못지않게 새로 뛰어드는 국가가 상당합니다.지정학적 불안정성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코인·주식으로 떼돈을 번 초부유층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요는 여전히 건재하니까요.일단 홍콩이 지난해 3월 골든 비자를 8년 만에 부활시켰습니다.중국 정부 입김이 세지면서 홍콩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자,이를 메우기 위해 나선 건데요.홍콩 골든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채워야 할 순자산 요건은 3000만 홍콩달러(약 55억원).금액 기준이 상당히 높은 데도 지난해 말까지 800건이나 신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덕분에 가라앉던 홍콩 고급 부동산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죠.

경기 침체에 빠진 뉴질랜드도 골든 비자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뉴질랜드는 골든 비자 프로그램이 있긴 했지만,2022년 기준을 너무 높여버린 바람에 찾는 이가 없었는데요.올해 4월부터는 500만 뉴질랜드 달러(약 41억원)로 최소 투자금 기준을 대폭 낮추기로 했습니다.또 영어 능력 제한을 없애고,의무 체류 기간도 21일로 확 줄였죠.“투자자들이 목적지로 뉴질랜드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 투자 비자를 더 간단하고 유연하게 만들었다”는 게 에리카 스탠퍼드 이민부 장관 설명.영어 못하고 뉴질랜드에 거의 안 와도 돈만 내면 오케이라니.절박함이 느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미국 새 골든 비자 수수료는 500만 달러로 책정될까요?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건 아니라 두고 봐야 하는데요.솔직히 500만 달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너무 비싸긴 합니다.다른 나라는 펀드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금액이 몇억~몇십억원인 거니까,원금 회수 가능성 있긴 한데요.이건 한번 내면 사라져 버리는 수수료니까요.
물론 세상엔 초부유층이 많고요.아무리 비싸도 꼭 미국으로 오길 원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의 개인 고객 책임자 도미닉 볼렉은 FT에 이렇게 말하죠.“(미국은) 아직도 부의 창출과 부의 보존에 있어서 놀라운 나라입니다.중국과 인도는 부의 창출 기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부를 보존하는 게 어려워지죠.” 미국 영주권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보험료로 그 정도 지불할 부유층은 분명히 있겠죠.
지난해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1조8330억 달러(약 2510조원)인데요.단순 계산으론 100만개까지도 필요 없고 골든 비자를 36만6600개만(?) 팔면 재정적자는 바로 해소되는 셈입니다.금전적으로는 밑질 것 없는 장사이니 해볼 만은 하겠네요.어쩌면 영주권은 미국이 내다 팔 수 있는 가장 귀중한,돈이 되는 자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By.딥다이브
영주권과 시민권이‘사치품’이 되어버렸습니다.“부유층이 자유를 사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데요.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니까 시장이 형성된 거겠지만,왠지 놀이공원 우선탑승권이 떠오르기도 합니다.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만 달러짜리 골드 카드를 팔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500만 달러를 미국 정부에 내면 신속하게 미국 영주권을 주겠다는 거죠.그 돈은 재정적자 감축에 쓰겠다고 합니다.
-돈으로 영주권을 사는‘골든 비자’는 전 세계 약 60개국이 운영 중입니다.1980년대 처음 등장해,도박 중국어남유럽 국가가 재정위기를 겪은 2010년쯤부터 시장이 커졌죠.하지만 자금세탁,세금회피,집값 급등 같은 부작용은 꾸준히 지적됩니다.
-한동안 골든 비자를 없애는 국가가 이어졌지만,최근엔 부활시키는 나라도 늘어갑니다.다 돈 때문이죠.홍콩·헝가리·뉴질랜드가 골든 비자 제도를 되살리거나 문턱을 대폭 낮춰 부유층에 어필 중입니다.그리고 이제 미국까지.가장 돈이 되고 귀한 자산을 내다 팔려는 나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걸까요.
*이 기사는 2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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