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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계속 겪어내고 극복해야 할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억지를 부리면 억지가 통하는 세상,노게임노라이프 1화그런 황당한 세상을 아주 가깝게 경험하는 중이다.

재작년 대학 공채 응시자의 박사 학위와 저널 논문이 중복된 사실을 응시자 본인도 인정했는데도 실수인지 고의인지 이를 간과한 공채 심사 위원 채점자들이 자신의 채점 잘못을 끝까지 부정했다.응시자 본인의 중복 인정과 본부가 실시한 카피킬러의 70~80% 중복 확증에도 불구하고 채점자들은 끝까지 중복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렸다.결국 억지가 통해서 채점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넘어갔다.

계엄을 계몽이라고 말장난 치는 명백한 현행범의 억지가 세간에 통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질겁하듯 내내 조마조마하다.

우리는 '진실'과 '억지'의 구분을 '잃어버린 세대'다.억지 부리면 억지가 진실로 둔갑하고,멀쩡해 보였던 사람들조차 억지를 철석같이 믿는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잃어버린 세대"(The Lost Generation)는 미국 문학사에서 1920년대 1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인 가치와 신념을 잃어버린 세태를 인식하고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탐색했던 일군의 작가와 예술가를 일컫는 공식 명칭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최근 출간된 <넥서스>에서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말한다.그런데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류는 언제나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433)을 겪었다고 말한다.하라리에 따르면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 발전 때문에 인류는 값비싼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치러야 했는데,그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이 바로 근대 제국주의,스탈린과 나치즘,양차 세계대전,생태계 파괴라고 주장한다."잃어버린 세대"는 후대의 하라리가 파악했던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당대 명확하게 꿰뚫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기술로 인한 과거의 끝과 새로운 미래의 시작 앞에서 방황하고 고심했던 사람들이었다.

지금 2025년의 방황이 1920년대와 어느 정도 겹친다는 기시감이 착각은 아닐 듯하다.

사려 깊은 판단은 사라지고 종교 도그마가 날뛰는

▲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2025년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은 무엇인가?199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소셜미디어가 활발해졌으며,2000년대 초반 인터넷과 연결된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이 보급되었다.소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술은 좋든 나쁘든 우리의 일상을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우리는 아날로그 산업혁명의 끝과 디지털 산업혁명의 시작 앞에서 방황하고 고심하는 또 하나의 '잃어버린 세대'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순기능은 정보 소통의 빠른 속도,정보 연결의 용이함,불법 토토 처벌정보 탐색의 편리함이다.역기능은?우리가 계속 겪어내고 극복해야 할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은 무엇일까?당장 미국 연방 정부 직원에 대한 대규모 해고로 강화되는 노동 시장의 불안,초연결 시대의 역설적 고립(노리나 허츠/셰리 터클),백신맞고 어지러움깊이 있는 사유의 부재(니콜라스 카),정보 과잉에도 불구하고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의 부재(한병철),공동체 의식의 침식과 각자 도생 사회 등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의 맥락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하게 느껴지는 역기능은 "진리의 위기"다.이른바 포스트-진리(post-truth) 시대의 도래다.포스트-진리의 시대란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에 휘둘리고,합법적 기관을 불신하고,편향성을 부추기는 정보에만 의존하고 반대 의견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으며,무엇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사려 깊게 판단할 지성이 부재한 상황을 지칭한다.또한 사려 깊은 판단이 부재한 곳에 과거 근본주의적 종교 도그마가 날뛰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진다.나치즘의 예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적 압박이 심해지면 사람들은 과거를 동경하고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나치즘이 답이 아니었듯,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근본주의적 종교 도그마로의 회귀는 답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억지'가 대놓고 지배하는 새로운 포스트-진리 시대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역기능의 일부일 수 있다.우리는 억지가 지배하는 현상을 폭넓게 기술하고,원인을 진단하고,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1920년대 서구의 '잃어버린 세대'의 작가들이 울프나 조이스와 같은 하이 모더니즘 작가들과 달리 좀 더 대중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당대의 문제에 접근했던 것처럼,로얄토토 양변기바로 디지털 시대의 '잃어버린 세대'일지도 모르는 우리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구조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학자와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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