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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서울 아파트 가격,5년 10개월만에 최대 상승
한은‘깜빡이‘옆 차선 차(가계부채)’빠르게 쫓아와
정부여당 금리인하 주문 수용하면서도‘가계부채’고민드러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 인하 검토를 언급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미국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물가가 안정되면서 금리 인하 조건이 형성됐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그러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이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가 다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날‘깜빡이’를 켜면서도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회초리’를 든 한은을 두고 최근 정부·여당의 금리인하 주문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중앙은행으로서 딜레마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금통위 통화정책방향의결문(통방문)에는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금통위는 가장 고민했던 물가가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판단했다.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6월 2.4%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연간 전망치인 2.6%보다도 소폭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수출의 개선세가 이어지고 소비 부진도 완화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5%에 부합할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 인하 여지를 거론하게 만든 요인이다.여기에 한발짝 다가온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전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에 완전히 도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면서 고용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연체액이 사상 최대로 늘어나 고금리 기조에 허덕이는 목소리도 금통위로선 부담스러웠을 대목이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면서 지난 5월 금통위 회의 당시 1명이었던‘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의견이 이번에는 2명으로 늘었다.시장은 대체로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리 인하 소수의견 등장 후 10월 실제 0.25%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불러일으킬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다.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이미 꿈틀대고 있다.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보면,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대비 0.25% 올라 지난주(0.2%)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2018년 9월 셋째주 이후 약 5년 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이번주 서울 25개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성동구의 경우 두달여만에 매매 가격이 2억원이 뛴 아파트도 있었다.수도권 전체로도 이번주 0.12% 올라 전주(0.10%)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6조5000억원 증가해 2021년 상반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한은이‘깜빡이’를 켰는데‘옆 차선 차(가계부채)’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셈이다.
금통위의 고민도 깊다.이날 통방문에 5월에 없었던‘가계부채’단어가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를 묻자 “지난 5월 회의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6~7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져서 금융안정 고려가 커졌다”고 했다.그는 이어 “시장이 앞서나가는 것 아닌가”라며 “직접 한은이 주택 가격을 조절할 수는 없더라도,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줘 집값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모든 금통위원이 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때문에 이날 금통위 결과를 두고 최근 정부여당에서 쏟아진 금리인하 압박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금리 인하 주문하는 목소리에 일정 부분 호응을 하면서도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지 않도록 매파적 발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경기 및 자영업 불황 장기화 등으로 고용시장이 더욱 둔화될 개연성이 있는데 부동산 악재로 예상과 달리 한은 금리 정책이 딜레마에 빠진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시장은‘8월 인하 기대’가 물거품이 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내린 1378.8원에 하락 마감했다.코스피 지수는 3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며 전날보다 23.36포인트(0.81%) 오른 2891.35로 마감했다.2022년 1월 14일 이후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