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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주말]
스릴과 공포의 공간
어둠의 동굴로 간다
“얼마 전 아이 검사 받으러 처음 다녀왔는데,도토리묵 양념장만들기지하 주차장 정말 울면서 천천히 들어갔어요.10분 걸린 듯요… 뒤 차 죄송.다행히 무사히 나오긴 했는데,그날 온몸이 아프고 몸살이….앞으로 몇 번 더 가야 하는데 혹시 근처에 가까운 다른 주차장 어디 없나요?”
긁힐까 조마조마 뇌에 쥐 나는 경험.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지하 주차장에 다녀온 어느 여성이 맘카페에 남긴 호소문이다.“나도 진땀 흘렸다” “몇 손가락에 꼽히는 유명한 곳” “차가 크면 무조건 지상에 대라” 같은 증언이 잇따르는 명승지다.그래서 직접 가봤다.자자한 명성(?)답게‘지하 통로가 협소하오니 주의 운행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에서 일단 흠칫.곡선의 내리막길 연석마다 바퀴가 올라탄 자국,벽면에는 사이드 미러 추돌로 추정되는 찰과상이 무수했다.한 운전자는 “진료 왔는데 주차장이 더 아픈 것 같다”고 평했다. 인천 부평 삼산동의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 붙어있는 경고문.'되돌려 올라오시기 힘들 것입니다'에서 두려움이 엄습한다./유튜브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한두 군데는 아니다.구리 한양대병원,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 주차장 등 진·출입로가 좁고 가팔라 난도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주차장이 수두룩.실제 경험담이 그 증거다.“예식장 가서 갈비탕 한 그릇 먹으려다 주차장에서 차 긁어먹어 수리비 15만원 깨졌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것이다.그러자‘요주의 주차장’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초보나 대형차의 경우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울음을 터뜨릴 수도 있기에,애초에 근처 다른 주차장을 알아보거나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팁이다.
스릴 가득한 어둠의 동굴,그래서 이곳으로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위험천만한 지하 주차장을 일부러 찾아가‘도장 깨기’에 도전하는 것이다.유튜브 채널‘10시10분’을 운영하는 홍석재(37)씨는 대형 SUV 차량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몰고 이름난 지하 주차장을 몸소 탐험한다.지금까지 클리어한 곳만 전국 100여 곳.홍씨는 “약속 장소를 잡을 때마다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게 주차장인데 협소해 고민이 많지 않으냐”며 “큰 차로 다니면 극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시청자들은 1억5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차량이 무사하기를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다가도,휠이나 범퍼를 긁을 때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율을 경험하게 된다. 1986년 준공된 여의도성모병원 지하 주차장 입구.벽면의 상처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정상혁 기자 
진귀한 풍경이 속출한다.이를테면 지하 주차장에서는 마주하기 힘든‘급커브 주의’안내판이라든지‘그랜저급 이하 승용차만 내려가십시오… 되돌려 올라오시기 힘들 것입니다’(인천 부평 삼산동 상가)‘소형차만 진입 가능… 사고 시 법적 책임 전가’(경기 남양주 다산동 상가) 같은 살벌한 경고문.그러나 1종 특수 대형 견인 면허증 보유자인 운전 고수 홍씨마저 혀를 내두른 곳이 있었으니,기업 사무실로 쓰이는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 주차장.초입부터 사이드 미러를 접고 겸손히 들어가야 하는 곳.고작 지하 1층까지 도달하는 데 거진 10분이 걸렸으나 이미 전면 하단은 까진 뒤였다.“여러분,집 볼 때 물 잘 나오는지 교통 편리한지 살피는 것처럼 주차장도 잘 봐야 합니다.재산 중 집 다음 큰 게 차 아닙니까.”
현행 주차장법에 따르면 실내 주차장 진·출입로 최소 폭은 3.3m(직선),3.6m(곡선)로 규정돼 있다.물론 좌우 경계석(石)을 포함한 수치이기에 실질 폭은 3m가 채 되지 않는다‘문콕’사고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주차 구획 면적은 2019년부터 신축 건물에서 20㎝ 더 넓어졌지만,진·출입로 폭은 1990년 이후 변화가 없다.반면 차체는 계속 커지고 있다.중형차 쏘나타의 경우만 해도 1988년형은 전장 4680㎜·전폭 1750㎜,2025년형은 전장 4910㎜·전폭 1860㎜.게다가 한국인의 대형차 선호도는 계속 뚜렷해지고 있다.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차량이 커진 만큼 회전 반경도 늘어났기에 진·출입로가 지금보다 60㎝는 넓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화양동의 한 주상복합 내 지하 주차장.회전 시 백미러를 확인하지 않으면 차량의 건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유튜브 
그러나 기존 건물의 지하 주차장 진·출입로를 넓히는 건 구조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여의도성모병원이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다.눈길을 끄는 보조 수단도 있다.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타워,서울 충무로 포스트타워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레이저 쇼’가 펼쳐진다.초록의 레이저가 천장 부근에서 차량 대시보드로 발사되는데,스포츠 토토 영어이 직선을 차 중앙에 놓고 운전하도록 유도해 벽에 부딪치지 않게 돕는 것이다.다만 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