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111번길 6-16 - 2024년 실시간 업데이트
베란다 화분에서 키우는 우리 집 단호박 이야기【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봄에 샐러드빵을 만드느라 단호박을 샀다.샐러드빵에는 감자는 기본으로 삶아서 넣는데 단호박도 넣으면 맛있다(참고 기사 : 밥 먹기 싫은 날.주말엔 샐러드빵 어떠세요).단호박을 잘랐는데 씨앗이 제법 여물었다.핸드타월을 깔고 단호박 씨앗을 몇 개 올려 말렸다.1주일 정도 말린 단호박 씨앗을 긴 화분에 다섯 개를 심었다.
화분에 씨앗을 심어 두고 다른 화분에 물 줄 때 같이 물을 주었다.일주일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화분 양쪽 끝에서 새싹이 올라왔다.그때의 감동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생명의 신비함이 느껴졌다.잘 키우고 싶었다.
단호박을 키워 열매까지 보면 여섯 살 쌍둥이 손자에게도 산 교육이 될 것 같아서 좀 더 깊은 화분에 심어주면 좋을 것 같았다.때마침 아파트 주민이 며칠 전에 이사 가면서 버린 화분 두 개를 주워왔었다.군자란 옆에 작은 싹이 올라와서 작은 화분에 분갈이를 하였는데,나중에 큰 화분에 옮겨 심으려고 했다.
꽃집에서 거름흙 두 봉지를 사 와서 긴 화분에 있는 흙을 섞어서 단호박 모종 두 개를 옮겨 심었다.그런데 단호박이 마술을 부렸나 옆에서 단호박 새싹 두 개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긴 화분에 심었던 씨앗이 이제야 싹을 틔웠나 보다.행운을 넝쿨째 받았다.
단호박 모종을 화분에 한 포기를 옮겨 심어 두 포기씩 네 포기가 되었다.우리 베란다가 오전에 햇빛이 잘 들어와서 문을 열어주니 통풍도 되어 매일매일 쑥쑥 자랐다.하루가 다르게 자란 단호박에 지지대를 세워주고 줄을 엮어 주었다.베란다에 빨래걸이가 있어서 남편이 줄을 엮어 주었는데 어찌나 꼼꼼하게 엮었는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오래전 두 번째 학교에서 '푸른 교실 가꾸기'로 교실에서 화분에 오이,방울토마토,호박,수세미 등을 심어서 넝쿨을 올렸던 경험이 생각나서 베란다에서도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다.실내에는 벌 등 곤충이 없어서 인공 가루받이를 해주어야 한다.깨끗한 붓으로 수꽃에 있는 꽃가루를 암꽃에 묻혀주면 신기하게 교실에서도 오이가 열렸다.이번에도 단호박꽃이 피어 열매가 달리는 기적을 맛보고 싶다.
손자에게는 자연학습장,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111번길 6-16나에겐 텃밭
요즘 날씨가 더워서 물도 많이 먹었다.물을 너무 많이 주면 웃자랄 것 같아서 겉흙이 마르면 그때 물을 주었다.며칠 관심을 안 주면 애써 키운 식물이 시들 수 있어서 매일매일 확인해야 한다.아이도,식물도 관심을 주는 만큼 잘 자란다.어찌나 잘 자라는지 벌써 천장까지 자랐다.
"할머니,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111번길 6-16단호박이 내 키보다 더 커졌네요.덩굴손을 감고 천장까지 올라갔어요."
"할머니,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111번길 6-16저거 꽃봉오리 맞지요?언제 꽃이 필까요?"
쌍둥이 손자가 천장까지 자란 단호박이 신기한지 쳐다보느라 떠날 줄 모른다.나에게도 매일 단호박이 자라는 것을 보는 일 자체가 요즘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아직 꽃이 피진 않았지만,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어서 꽃이 피고 단호박 열매도 달리길 기대해 본다.
단호박은 처음 키워보는데 잎이 호박잎과 비슷하다.호박잎을 찜기에 쪄서 쌈 싸 먹는 것을 좋아해서 여름이면 몇 번씩 사서 먹는다.단호박잎도 먹을 수 있는지 검색해 보니 호박잎처럼 쪄서 먹으면 된다고 했다.
아래쪽 잎이 제법 커서 시들기 전에 단호박잎 쌈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따 보았다.따다 보니 16개나 되어 한 끼 반찬으로 충분하다.걱정도 된다.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다.혹시 호박잎을 따주면 열매가 안 맺힐까 봐 걱정되었다.호박잎 사이에 꽃봉오리가 맺힌 것이 보여 그 부분은 따지 않았다.
연해서 겉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될 듯했지만,줄기 쪽 껍질을 벗겨서 찜기에 쪘다.연하고 양도 많지 않아서 6분 정도 찐 후 뚜껑을 열고 식혔다.식은 후에 물기를 짜서 접시에 한 장씩 펼쳐서 담았는데 너무 연해서 호박잎이 찢어질까 봐 아기 다루듯 조심해서 한 장씩 펼쳤다.정성으로 기른 귀하고 깨끗한 것이라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남편과 저녁 식사할 때 잡곡밥과 쌈장에 싸서 먹었다.집에서 담근 오이지무침과 같이 먹었는데 꿀맛이었다.혹시 단호박에 열매가 안 달리더라도 단호박잎을 따서 먹는 것만으로도 기른 보람이 있을 것 같다.그래도 하나라도 단호박이 열리길 기대하며 오늘도 단호박 넝쿨을 바라본다.
우리 집은 베란다에서 반려 식물을 많이 키우고 있다.주로 난 화분과 꽃이나 잎을 볼 수 있는 식물이다.단호박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이제부터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어보고 싶었다.상추나 방울토마토,고추 등을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단호박을 먹을 때 씨앗을 버리지 말고 말려서 모아 두어야겠다.내년에는 좀 더 많이 심어야겠다.단호박뿐만 아니라 오이 모종도 몇 개 사서 심어야겠다.올해의 경험으로 내년에는 잘 키울 수 있으리라.쌍둥이 손자에게는 자연학습장이 되어주고,나에겐 음식 재료를 제공해 주는 텃밭이 된 베란다가 정말 고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