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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경기침체로 빚부담 한계
가계 대출 연체율 9년만에 최고
“주담대로 생활비 빌렸다 연체”
자영업자 연체율도 가파른 상승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60대 A 씨는 생활비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3년 전 9억1000만 원(KB부동산 시세 기준)짜리 주택을 담보로 1억 원의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았다.당시 0.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지난해부터 3.5%까지 오르면서 A 씨는 올해 들어 연체이자를 포함해 매달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은행에 갚고 있다.그는 “은퇴 후 소득을 모두 원금과 이자 상환으로 쓰고 있다”며 “아내와 함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 이자 납부액이 1년 전 대비 36% 급증하며 100억 원을 넘겼다.국내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개인사업자(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세도 이어지는 모습이다.고금리에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취약 차주의‘빚 부담’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주담대 연체 이자 납부액 90% 넘게 급등
특히 주택담보대출 연체 이자 납부 금액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주요 은행의 주담대 연체 이자 납부액은 37억7000만 원에서 71억8000만 원으로 1년 새 90.5% 급증했다.30대 초반의 자영업자 B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그는 2년 전 4억 원의 대출을 받고 주택을 매입했지만 최근 가게 매출이 급감하면서 원리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연체 금액(원금+이자+연체 이자)만 700만 원을 넘긴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보통 주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연체를 피하는데,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무너지고 있다”며 “주택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을 빌렸다가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도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 가계·개인사업자 연체율 9년 만에 최고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올해 4월 말 기준 0.61%로 9년 만에 가장 높았던 3월 말(0.54%)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다.지난달 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어려움에 놓인 서민·자영업자를 지원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용 지원부터 △채무자 특성별 맞춤 채무조정 △차주별 맞춤형 금융 지원 △정책 서민 금융 재원 확보 등이 검토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금리 인하나 경기 회복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한동안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취약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을 늘리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