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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사랑이쥬!우리여기있어' 개최."주최측 예상 인원 훨씬 넘어"
대형 무지개 깃발을 앞세운 행렬이 대전 중앙로를 가득 메웠다.무지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무지개색 머리띠와 팔찌,페이스페인팅까지 온 몸을 무지개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다.이들은 "우리 여기 있어"라고 외치며 당당하게 성소수자임을 드러냈다.
6일 대전에서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이 축제를 위해 그 동안 대전지역 퀴어 당사자와 34개의 시민·사회단체,미쓰발랑코진보정당,미쓰발랑코그리고 100여 명의 시민위원들이 조직위원회를 꾸려 준비해왔다.
자치단체의 비협조로 장소 선정에 어려움을 겪던 조직위는 마침내 이날 대전 최초의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사랑이쥬!우리여기있어'를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 일원에서 개최한 것.
"퀴어가 뭣여?사랑이쥬!"
이날 축제는 오전부터 30여 개의 천막 부스가 설치되어 운영됐고,정식 개막 행사는 오후 1시부터 진행됐다.개막식에서는 전국 각 지역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들의 연대발언과 지역시민사회단체 대표 발언,기독교·원불교 성직자 발언,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개막식에서 발언에 나선 이들은 성소수자도 당당한 이 사회의 일원이며 결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오히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이 죄라고 말했다.또한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임신규 인천퀴어문화축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가족과 친구,직장동료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성소수자들은 존재하면서 또 존재하지 않는다.그러나 우린 항상 어디에 있어 왔다"며 "그래서 '우린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드디어 대전에서도 그 외침이 시작되었다.정말 자랑스럽고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희 여성인권티움 팀장은 "성소수자는 누군가의 찬성,허락,동의,승인이 필요하지 않는다.그저 존재한다.이성애라는 단 하나의 방식만을 소위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럽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안의 문제이지 여기 있는 우리들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지개색 머리띠를 두르고 나온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장은 "차별과 불평등에 취약한 소수자는 괴롭힘과 폭력에 더욱 취약하다.성적지향·성별 정체성이 모욕과 괴롭힘의 대상인 사회에서,성소수자가 안전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은 없다"며 "폭력과 괴롭힘을 방치하면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고 인간의 권리와 존엄,삶 자체를 파괴하게 된다.성별,외모,성적 지향,성별 정체성,병력,출신국가,나이,장애 등 그 무엇도 인간의 존엄을 파괴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딸과 함께 온 어머니 "혐오세력 안타까워"
이날 축제에 참석한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을 혐오하는 세력을 향해 '세상을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생각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소개한 원지원씨는 어머니 정선혜(써니)씨와 함께 참석했다.원씨는 대전에서 살고 있고,정씨는 부산에서 딸과 함께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올라왔다.원씨는 "사람들이 좀 다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왜 꼭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나,미쓰발랑코그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보편적이고 가장 쉬운 생각일 수 있겠지만,그렇게 생각하고 살면 재미없지 않은가,그러지 말고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정씨도 혐오세력을 "뭘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한다.또는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한 번도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적인 없지 않은가,그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자신을 드랙아티스트라고 소개한 활동명 왕자씨는 대전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감회가 새롭고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그는 "7년째 대전에 살고 있는데,대전에는 벽장퀴어(벽장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가 많다고 들었다.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저 자신을 드러내면서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어서 기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퀴어혐오세력에게 "피곤하게 살지 말라"며 "아무리 너희들이 떠들어봐도 우리는 이렇게 존재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이다.사라지지 않는다.그러니 피곤하게 살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축제에는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정당,성소수자부모,목회자,원어민선생님들까지 모두 함께 모여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특히,기독교 목회자들은 성소수자 커플 또는 개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하는 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성도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한 남재영 빈들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성소수자를 반대하고 혐오하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기독교 안에서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굉장히 폭력적이다.퀴어가 죄가 아니라 퀴어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이 오히려 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 빈들공동체는 퀴어들을 사랑하고 축복한다.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오늘 축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축제장에서 만난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은 "대전에는 많은 성소수자들이 있다.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서 참석하게 됐다"고 전했다.
예상 참가 인원 1000명 훌쩍 넘겨.반대 세력과는 충돌 없이 마무리
당초 조직위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축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이날 실제 축제에 참가한 시민은 1000명을 훌쩍 넘겼다.퍼레이드 시작 시간이 가까워 오자 참여 시민들은 점점 늘어났다.한 조직위 관계자는 2000명에 가까운 것 같다고 예상했다.
퀴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다.소제동 거리에서의 행사를 마친 이들은 방송장비를 실은 대형 트럭을 앞세워 거리행진에 나섰다.그러나 거리행진의 시작은 순탄치 못했다.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의 행사장 입구를 막아선 것.
이에 대해 경찰은 2차에 걸쳐 "여러분은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즉시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을 했고,이에 계속 불응하자 경찰력을 동원해 이들을 인도 위로 밀어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면서 퍼레이드 행렬을 막아서려 했지만 경찰병력에 둘러싸여 퀴어행진 시민들에 접근하지 못했다.
소제동 행사장에서 시작된 퍼레이드는 대전역 지하차도를 지나 중앙로를 따라 구 충남도청까지 계속됐다.시민들은 이곳에서 다시 유턴하여 중앙로네거리를 지나 대흥동 공원까지 약 2.7km를 1시간가량 행진했다.
행진을 하는 동안 시민들은 "퀴어가 뭣여?사랑이쥬!","퀴어가 어딨어?우리여기있어"라고 외치며 그들의 존재를 드러냈다.또한 이들은 "우리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혐오를 멈추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며,이들의 행진을 바라보는 시민들을 향해 무지개 깃발과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이에 일부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환호하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인근에서는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70개 단체가 참여한 '건강한가족시민대회준비위원회'는 대전시민들에게 동성애·퀴어의 문제점을 알리고,건강한 가정을 세워 대전과 나라를 살리기 위해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를 개최하고 거리행진도 펼쳤다.다만 경찰의 철저한 집회장소 분리와 대처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