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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과 합쳐 300여점 기증
"알리지 말라" 유언에 가족장
2020년 금관문화훈장 수훈




국보 '세한도(歲寒圖)' 등 세기의 문화유산을 기증한 문화유산 수집가 손창근 씨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향년 95세.

고인의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는 "지난 11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나폴리 대 살레르니타나가족장으로 모셨다"고 17일 전했다.고인의 '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유지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렀다고 한다.

손창근 씨는 1929년 개성에서 태어나 1953년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후 1960년대 스위스 상사에서 일한 뒤 부친과 사업을 이어갔다.

고인은 국내 내로라하는 문화유산 수집가로 잘 알려져 있었다.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 씨(1903~1983)와 함께 대(代)를 이어 모은 이른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은 회화,나폴리 대 살레르니타나전적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유산이 포함돼 큰 관심을 끌었다.개성에서 인삼 재배와 무역을 하다 월남한 부친 손세기 씨는 칠순을 앞둔 1973년,나폴리 대 살레르니타나당시 박물관이 없던 서강대에 보물 '양사언 초서'를 비롯해 정선·심사정·김홍도 등의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다.

손창근 씨는 대를 이은 '기부왕'이었다.그는 2008년 연구 기금으로 써달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1억원을 쾌척했으며,나폴리 대 살레르니타나2012년에는 경기 용인 일대의 임야 662㏊(약 200만평)를 산림청에 기부하기도 했다.50년 동안 잣나무,나폴리 대 살레르니타나낙엽송 200만그루를 심어 가꿔오던 시가 1000억원 상당의 땅이었다.2017년에는 연고가 없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0억원 상당의 건물과 1억원을 전했다.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을 기꺼이 기부한 때는 2018년 11월이다.그는 1447년 편찬한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 초간본,나폴리 대 살레르니타나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총 304점의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당시 기증품에서 제외된 채 마지막까지 품에 뒀던 작품이 바로 '세한도'다.1844년 59세의 추사가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한국 미술사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그는 2020년 1월 마침내 '세한도'도 내놓았다.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문화유산 정부 포상이 이뤄진 이래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한 건 고인이 처음이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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