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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MBC 기자가 기억하는 '이진숙'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했습니다.이 후보자가 지명되자 MBC 노조는 물론이고 전·현직 MBC 기자들도 앞다퉈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전·현직 MBC 기자들이 기억하는 이진숙 후보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최승호 전 MBC 사장 "좋은 언론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지켰다면"
최승호 전 MBC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민주노총 조직원이고 그 지시를 받으니 공정한 언론이 아니라는 주장은 허황된 것인데,이진숙 씨가 하니 더욱 기가 막히다"라고 적었습니다.
최 전 사장은 이 후보자가 과거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다며 1992년 MBC 노조의 장기 파업 당시 이 후보자가 로비 한편에서 단식 투쟁을 하면서 힘은 없지만 결의에 찬 눈으로 앉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이 후보자가) 나중에 김재철의 충견이 됐을 때 과거 노조 경력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도 있는데 당시 이진숙씨는 '그때 노조는 순수했는데 지금 노조는 아니다'라는 식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노조가 변한 것은 없고 이진숙 씨가 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전 사장은 "이진숙씨는 한 때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던 사람이다.그가 기자가 됐을 때는 MBC에 여성 기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피망 홀덤남성들과 동등한 경쟁을 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 가운데서 이라크 특파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은 저널리스트로서의 장점도 꽤 있는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가 좋은 언론인이 되겠다는 애초의 생각을 지켰다면 여성 원로 언론인으로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방통위원장 같은 자리는 받지 못했겠지만 많은 국민과 동료 언론인들의 지탄을 받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안타까운 일"이라고 이 후보를 평가했습니다.
이기주 기자 "충성맹세.이진숙의 극단적 적개심을 봤다"
이기주 MBC 기자는 페이스북에 이 후보자가 지명됐을 당시를 분석하는 글을 올렸습니다.이 기자는 "통상 장관급으로 지명되면 사진 촬영용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단상에 올라 '열심히 하겠다'라는 한두 마디만 하고 내려가는 게 보통"이라면서 "이진숙은 환경부 장관,피망 홀덤금융위원장 후보자를 멀뚱히 세워두고 혼자서 6분 넘도록 독설을 쏟아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자는 "충성맹세라도 남기는 듯한 6분간의 독설에서 나는 이진숙의 극단적 적개심과 망국적 갈라치기,주관적 예단과 끝 모를 혐오,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보았다"고 소감을 밝힙니다.
이어 "그녀가 과거 MBC에서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를 떠나,피망 홀덤이런 극우 성향의 인사를 장관급에 또 앉히려는 행태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이진숙의 독설은 MBC의 미래뿐 아니라,앞으로 3년 우리 사회의 미래까지 예측하게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더럽혀지고 오염된 세상.부끄러움과 염치를 모르는 자들이 설쳐대는 세상이다.이진숙 하나만 문제가 아니다.흉기는 생각보다 가까이,그리고 많이 있다.그래서 3년은 길다.길어도 너~무 길다"라고 탄식했습니다.
이기주 기자는 출근길 문답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질문을 던졌다가 자리를 떠난 윤 대통령을 대신해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들어가시는 분에게 예의가 아니지"라고 나무라자 설전을 벌인 MBC 기자입니다.
"윤석열 정권에게 이진숙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카드"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윤석열 정권에게 이진숙은 가장 악역이 필요한 시기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카드"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박 전 사장은 "이번 방통위원장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을 윤 정권에 충성하는 자들로 임명해 버리고 탄핵당하기 전에 사퇴하는 것이 임무"라며 "그래서 아무도 안 하려고 했을 테지만 이진숙은 고향 대구에서 정치하는 것이 진짜 목표이기 때문에 그럴듯한 이력이 필요했다.수도권 지역구였다면 아아 안 했을 것"이라며 이 후보자가 수락한 이유를 추측했습니다.
그는 "(이진숙은) 저를 해고할 때도 인사위원회에서 총대를 멨다. 이제는 후배들 등에 칼 꽂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키워준 공영방송을 정권에 가져다 바치고 입신양명의 꿈을 꾸고 있다"면서 "그가 오늘 굳이 '바이든-날리면' 이슈를 언급한 것을 보면,이 정권이 무슨 빌미를 내세워 MBC 사장을 해임할지 짐작이 간다.MBC가 무너지면 전체 언론판이 어찌 될지 걱정이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전직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숙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한 의원은 "'이진숙' 저도 잘 알고 있는 이름이다. 2008년도 MBC의 정권 장악 야욕에 가장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정부의 MBC 장악 시나리오 실행을 가장 선봉에서 실행한 원조 부역자로 불리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월호 참사 관련 MBC 보도가 유가족 폄훼,정부 비판 축소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시기에 보도본부장이었고, 대전 MBC 사장으로 재직시 90%가 넘는 구성원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며 "혹자는 그의 입은 거짓을 선동하고 국민을 기만했으며 언론을 흉기로 만들었다"라며 이 후보자를 비판했습니다.
한편,피망 홀덤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과 시민단체 모임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5일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2인 체제 파행운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진숙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그 역시 국회 탄핵소추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초단기 방송통신위원장이 될지도 모르는 인물을 내리꽂는 이유는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방송장악 대상인 MBC를 사영화하겠다는 의도 아니곤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장악저지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은 부적격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며 "이진숙 후보자는 공영방송 언론인 출신으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