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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진료 축소…고려대의료원,12일부 자율 휴진
교수들 '탈진 직전' 호소…환자들 "정상 치료받기 원해"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5개월째 접어든 의정갈등에 의사들이 속속 진료 축소 또는 휴진을 택하고 있다.적정 진료를 유지할 수 있을 때 진료 축소나 휴진을 끝내겠다며 이번 사태 해결은 정부에 달렸다고 거듭 주장한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존 암 환자의 진료를 위해 신규환자 진료를 제한하기로 했다.이는 설문조사 응답자 94.6%가 신규환자 축소에 찬성한 데 따른 조치다.특히 비대위는 전문의 채용 확충을 위한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요청했다.
비대위는 "심리적,체력적 번아웃으로 전문의들의 사직이 발생하고 더는 암 환자에 대한 질 높은 진료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적정진료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가능한 (진료 축소를) 조기 종료하겠다"고 전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 비대위도 오는 12일부터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를 대상으로 무기한 자율적 휴진에 들어간다.의료인들의 누적된 과로를 피하고,환자 안전을 지키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은 "의료계는 다각적으로 해결책과 중도안을 정부에 제시하며 대화를 시도했으나 정부는 단 하나의 조건도 관철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의료계에 초법적인 행정명령을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임춘학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교수들이 개인 휴가,외래진료 시간 감소,1115로또당첨번호조회당직 후 휴무 등 자율적으로 참여한다.예전같이 참여율,휴진율은 파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이들을 비롯해 전공의 없이 5개월가량을 버텨낸 교수들은 "더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은 "전공의 도움으로 간신히 유지되던 체계가 이제 휴일,야간 근무와 많은 일이 전문의에게 넘어오며 체력적 한계가 왔다"고 털어놨다.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으로서 외상 환자의 빠른 치료에 힘썼던 조항주 이사장은 "야간 수술은 집도의 건강에 큰 위협이다.어떨 때는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닐까 느낀다.당직을 선 뒤 다음 날 쉬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일이 전담간호사와 교수에 넘어왔다.특히 외상센터는 인력 집약적이다.일이 늘면 정신없이 많고,이런 인력 가운데 1명만 부족해도 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전문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지만 체력적,정신적 한계에 치달았다"고 소개했다.
교수들이 탈진 직전에 이르렀고 환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아파도 제때 치료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스란히 경험한 데 따른 불편과 불만이 취합되고 있다.한국백혈병환우회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8일까지 27일간 온라인과 전화로 총 20건의 환자 불편 사례를 모았다.
시술·검사 등이 지연되거나 진료를 한참 기다리고 있다는 성토와 병세가 나빠졌다는 호소도 이어졌다.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는 "지난주 대규모 집회도 열었지만,국회나 의료계의 답변은 없다"고 전했다.
이은영 대표는 "치료 지연으로 인한 병세 악화,1115로또당첨번호조회진료 거부 등 민원이 다양하게 참 많이 왔다.요즘 화도 나고 속상하다"며 "환자들은 이 상황이 빨리 끝나 정상적으로 치료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사태 장기화에 보건복지부는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교육부는 의대생이 돌아오기만 하면 유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각 의대에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주문하는 등 유화책을 내놨다.
그러나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가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전공의의 사직 처리 시점은 2월 말이어야 하며 의대생의 휴학은 승인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정부는 11일 오전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열고 △중증필수의료 수가 개선 △상급종합병원 운영 혁신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의료분쟁 조정제도 개선 등 개혁과제 논의 상황을 점검한다.
의개특위가 출범될 때부터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의학회는 정부에 각각 불참 입장을 전한 채 거듭된 참여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는 의개특위에서 2026학년도 의대증원 재논의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