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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세에 징집됐다 전쟁 끝나니 성인
학습권 보장받지 못해…취업 장애물
"특별법 제정은 국가가 소년병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의미"
한국전쟁 당시 소년병으로 동원됐던 이들이 제때 교육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됐지만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별도 보상안이 담긴 법안은 23년째 답보 중입니다.
소년·소녀병은 국가유공자로 지원과 예우를 받고 있지만 국방의 의무가 없었는데도 참전했다는 점 등에서 다른 참전자들과 차이가 있습니다.피해자와 유족 측에서는 이를 감안해 별도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담은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9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소년병 6명에 대해 "무력 충돌의 희생자로서 생명권 침해 등 육체적·정신적 피해,학습권 등 사회적 피해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소년·소녀병은 한국전쟁 당시 강제 징집 또는 자원입대 방식으로 입대한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입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에 따르면,한국전쟁 당시 정규군으로 동원됐던 미성년자는 총 29,마카오 수도603명입니다.대부분이 소년병이지만 부상자 치료나 물자 운반 등 역할을 한 소녀병도 467명이었습니다.현재 생존자는 2천∼3천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국방의 의무가 없었는데도 정규군으로 전쟁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학도병·학도의용군과 혼동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년·소녀병은 학도병·학도의용군과 달리 정식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았고 휴전 뒤에도 군에 남아 임무를 수행했습니다.학도병·학도의용군은 학생 신분으로 참전했다가 1951년 학생복귀령에 의해 해산됐습니다.
소년·소녀병은 대부분 15∼17세 나이에 징집됐다가 성인이 된 후에 제대해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중학교 과정조차 마치지 못한 최종 학력은 취업의 장애물로 작용해 생계유지에도 악영향을 줬습니다.
중학교 1학년 당시 소년병으로 강제징집됐던 장성곤(91)씨는 만 21세에 제대해 중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했습니다.다시 찾아간 학교에서 재학 중인 중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야만 했고 전쟁터에서 살생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진실화해위도 소년병 6명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 과정에서 "교육의 기회 상실,사회 부적응과 자립 기반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년·소녀병의 특수성을 고려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국회에서도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전쟁 참전 소년·소녀병의 명예회복과 보상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 매 국회 꾸준히 발의되고 있습니다.그러나 제17대 국회 당시 발의된 법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회 임기만료 폐기됐습니다.
17대 국회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장윤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유공자예우법 개정안이 일부 통과된 바 있습니다.다만 이마저도 소년병에게 보상금 명목으로 연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은 지난달 14일 '6·25 참전 소년소녀병 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하지만 지난 국회에서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족을 문제 삼으면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던 법안과 같은 내용이라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피해자와 유족 측은 특별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소멸시효 문제를 꼽습니다.이 때문에 한국전쟁 참전 소년·소녀병 개개인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가 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됩니다.
진실화해위의 결정에 따라 진실규명 대상자 6명과 그 유족은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지만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이들은 소멸시효라는 벽을 넘어설 방법이 없습니다.
소년병 피해 당사자인 고(故) 하명윤 씨 조카 하경환 변호사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을 경우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3년 이내에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진실규명 대상자 6분에게는 (소송 제기의) 길이 열린 셈이지만 다른 어르신들은 소멸시효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다"며 "이분들을 위해서는 소년·소녀병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국난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소년병 제도가 법적 문제 내지 인권침해 문제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이라며 "현행법을 소급 적용하거나 국제 규범을 원용해 위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 변호사는 "진실규명 결정문에 이름을 올린 6분도 위법성이 인정돼야 최종적으로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는데 진실화해위는 이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며 "인권침해는 위법성을 포함하는 개념인데 인권침해 사실은 인정하면서 위법성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특별법 제정은 어르신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떠나 국가가 소년병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모든 소년·소녀병과 유족의 회한을 풀어주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 법안이 통과·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