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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 美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기계공학과 나와 바이오 연구하다 의대 진학
미니 심장 조직으로 우주인 노화까지 연구
“한국 의대는 모두 임상의 목표,월드컵 비극진로 다양해져야”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의생명공학과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대회의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김 교수는 "의생명공학은 수십억 명의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송복규 기자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의생명공학과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대회의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김 교수는 "의생명공학은 수십억 명의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송복규 기자

비임상 시험은 신약 개발의 첫 단계이다.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사람을 대상으로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비임상 시험은 주로 사람과 유전자가 비슷한 실험동물에게 한다.하지만 동물 보호 여론이 커지면서 동물 실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효용성에 대한 비판마저 나왔다.대체 실험에 대한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월드컵 비극일종의‘미니 장기(臟器)’다.비임상 단계에서 윤리적으로 실험하고,환자맞춤형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맞춤형 오가노이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김 교수는 2015년 미국에서 미니 장기를 제작하는 바이오 기업인 큐리바이오를 창업했다.개인 투자와 정부 보조금으로 시작한 큐리바이오는 현재 화이자와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바이오젠 같은 글로벌 제약사에 오가노이드를 공급하는 회사로 성장했다.오가노이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인 게 주효했다.

김 교수는 지난 9일 인터뷰에서 “비임상 시험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신약개발의 전체 과정에서 40%는 비임상 시험이 차지하는 만큼,미세생리시스템(MPS) 플랫폼 시장은 해마다 38.2%씩 성장할 것”이라며 “큐리바이오도 서비스를 시작한 3년 전부터 매출이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미세생리시스템은 인체 세포를 사용해 주요 장기 조직의 핵심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의대 교수이자 바이오 기업 창업자이지만,월드컵 비극원래는 기계공학도였다.그는 포스텍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로봇 제어기술과 기계학습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운명을 바꾼 건 5년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문연구원 생활이었다.KIST에서 캡슐형 내시경과 나노기술 기반의 바이오칩을 개발하면서 바이오에 대한 지식을 쌓아 갔다.바이오칩은 작은 기판 위에서 생체 물질의 반응을 실험하는 장비다.

현재 김 교수를 있게 한 기반은 줄기세포와 암세포,월드컵 비극심장 조직공학 세 가지 분야다.김 교수는 생화학적 방법이 아닌 물리적 자극으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연구했다.KIST에서 암 전이와 심장 생리를 주제로 만든 바이오칩으로 20편 넘게 논문을 썼다.이때 연구를 기반으로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의사과학자를 목표로 했지만 첫발은 쉽지 않았다.김 교수는 “첫 1년 동안 의사들과 해부학이나 생리학 수업을 함께 들었다”며 “태어나 처음 듣는 수업이다 보니 힘들었지만,이때 공부한 게 모두 밑천이 됐다”고 말했다.그는 “존스홉킨스 의대는 내과가 세부적으로 10개로 나뉠 만큼 규모가 큰데,의생명공학을 연구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의생명공학자의 장점은 한 번에 수십억 명까지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의사는 시간당 진료할 수 있는 환자가 제한적이지만,의생명공학자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면 수십억 명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며 “고등학교 때 잠시 의대와 공대를 두고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지금은 의생명공학을 선택한 게 매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낸 인공 심장조직 바이오칩./존스홉킨스의대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낸 인공 심장조직 바이오칩./존스홉킨스의대

김 교수의 도전은 지구에서 멈추지 않았다.미 국립보건연구원(NIH)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2018년 시작한‘티슈 칩스 인 스페이스(Tissue Chips in Space)’프로젝트에 참여해 인체 심장조직으로 만든 바이오칩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했다.심장조직이 우주에서 어떻게 변하고,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에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했다.김 교수는 앞선 연구를 바탕으로 ISS에서 약물을 만드는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핵연료를 활용하더라도 화성을 가는데 2년이 넘게 걸린다”며 “이론적으로 화성을 탐사하고 오면 뼈와 근육이 50% 이상 소진되고 생물학적으로 15년 이상 늙는다”고 설명했다.그는 “우주인들의 노화와 질병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인공 장기로 관련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도 자신과 같은 의사과학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그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지만,어떻게 하느냐 문제”라며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부작용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 의대 진학의 문제점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의대에 가면 모두 진료를 보는 임상의로만 간다는 것이다.그는 “미국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대로 많이 진학하지만,진로는 다양하다”며 “반면 한국은 매년 바이오 기업이 30개 넘게 생기지만,최고의학책임자(CMO) 자리가 없을 정도로 진로가 한정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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