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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시오" 심판 자청…연설·회담·기자회견 주목
치명적일 수 있는 시험대 vs 고령 논란 쓸어버릴 거대한 기회

사퇴론에 직면한 바이든 심판대 오른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사퇴론에 직면한 바이든 심판대 오른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를 의심받는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이 사활을 건 시험대에 오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나토 31개 동맹국과 한국,일본,뉴질랜드 등 비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시선은 바이든 대통령의 말과 행동,거기에서 드러나는 정신적,육체적 건강 상태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과 맞붙은 미국 대선후보 첫 TV 토론에서 인지력 저하 징후를 노출했다.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을 흐리거나 주제에서 벗어나 횡설수설하기도 했고 잠시 얼어붙거나 문장을 엉뚱하게 마무리하기도 했다.

미국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올해 11월 대선의 후보로 부적격하다며 사퇴하라는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ABC방송 인터뷰를 통해 건강을 입증하려고 했으나 사퇴론에 대한 찬반 논란만 더 부추겼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을 입증할 무대로 나토 정상회의를 제시했다.

그는 "누가 나처럼 나토를 한데 모을 수 있냐"며 "나를 판정할 좋은 방법이라고 보는데 미국,여기에서 다음 주에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와서 듣고 그 사람들이 뭐라고 얘기하는지 보라"고 말했다.

사흘에 걸쳐 중요하고 복잡한 안보 의제가 논의되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이 심판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영국 가디언에 "엎질러진 물"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이 이번 나토 회의의 중대 화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멜론 오디토리움 연설,10일 각국 정상과 회담,11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사퇴론 정면 돌파 고집하고 있는 바이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사퇴론 정면 돌파 고집하고 있는 바이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을 입증할 것으로 장담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8일 한국,와이파이 토토일본,와이파이 토토뉴질랜드 등 비회원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건재와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리더십의 중요성을 그들이 믿지 않는다면 이들이 미국에 올 이유가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하는 미국 당국자들과 현지 언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이 부쩍 쇠퇴했다는 관측이 계속 새어 나온다.

미국의 동맹,파트너국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상태 그 자체뿐만 아니라 올해 미국 대선에 미칠 여파 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성공하면 나토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정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장기적 우려를 차치해도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에 쏠리는 관심 때문에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주요 논의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유럽 국가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이 중대 우려가 됐다"며 "이는 나토의 다른 실질적 의제에 대한 방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동맹국들에 심한 우려를 안긴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 상태가 작년보다 심하게 쇠퇴한 데 충격을 받았다.

대화 때 주제에서 자주 이탈했고 걷을 때 함께 대화하는 게 어려웠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 정상은 함께 이동할 때 일부러 늦게 걸어 바이든 대통령에게 속도를 맞추고 공개행사 때는 난처한 상황이 불거지면 얼른 둘러싸고 가릴 밀집대열을 계획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 때 실수를 해외순방에 따른 피로 누적과 감기 때문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데다가 분위기도 우호적인 터라 부정적 변수는 그만큼 제한적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이언 브레진스키는 NBC방송에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활력과 에너지를 갖고 동맹들에 대한 약속을 강조할 거대한 기회"라고 말했다.

브레진스키는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개 회담뿐만 아니라 공개 토론회도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는 데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게 바로 대선 토론 때문에 우려에 빠진 동맹국 정상들이 원하는 것이자 바이든 대통령 자신에 대한 인상을 크게 뒤집을 중대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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