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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노믹스가 바꾸는 지역소멸]①충남 예산(종합)

[편집자주]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단독]'지방소멸 해결사'된 백종원 "맛보단 가격,물가 잡으면 온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골목식당과 예산시장을 경험해보니 사람들은 맛보다 가격에 훨씬 예민하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충남 예산시장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지방소멸 문제의 해결사로 부각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사진)가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맛있어서 찾아오기보단 그 가격에 납득이 되면 꾸준히 찾아온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그러면서 "지역상권도,지역축제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 담보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현재 일부 지역의 물가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한 뒤 "가격 경쟁력이 없다보니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외면해가고 있는 것"이라며 "평시 고객 수가 적다보니 축제기간 등에 단가를 무리해 올리는 측면이 있는데 (이것이) 지역물가가 비싸지고 있는 이유"라고 안타까워했다.일정기간 무리하게 올린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지역상권이 외면받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물가도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백 대표는 "운영 노하우와 메뉴 조정 등으로 얼마든지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책정)이 가능하다"며 "예산시장과 지역축제를 통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에 운영이 가능하단 걸 경험했고,정기예금 금리 순위(이를 통해) 사람들도 지역상권을 찾아오게 된다"고 말했다.아울러 "예전엔 가격 낮추는데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상인들도 이제 적극적으로 협조해준다"며 "지방자치단체들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어 앞으로 지역상권에 기회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면 안돼유" 백종원 손길 닿자 지역축제 줄줄이 대박…그 다음은?




충남 예산시장 장터광장에 놓인 백종원 대표의 입간판 /사진=이창명 기자
충남 예산시장 장터광장에 놓인 백종원 대표의 입간판 /사진=이창명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최근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장 섭외하고 싶은 인물로 꼽힌다.특히 지난해 1월 시작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둔 이후부턴 각 지역들이 앞다퉈 '백종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이미 충북 영동군과 경남 창녕군,경북 문경시 등 14개 지역이 21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더본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지역의 골칫덩이로 내몰린 전통시장과 폐가로 변해버린 집성촌,가동을 멈추고 먼지만 쌓인 방적공장이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그가 설계를 주도한 지역축제들이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다.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던 예산시장과 달리 지자체의 요청에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뛰어든 프로젝트들이다.시험 삼아 열었던 예산 맥주 페스티벌이 대성공을 거뒀고,남원 춘향제 축제에선 바가지가 사라졌단 호평을 받았다.홍성바베큐 축제도 50만명이 다녀가면서 '백종원 매직'이 터졌다며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백 대표를 만난 이유다.처음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그는 "지역소멸 문제를 다뤄보려고 한다"는 취지를 설명하자 며칠 뒤 인터뷰에 응하겠다며 다시 연락이 왔다.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백 대표는 우선 지역전통시장을 되살리고,지역축제가 대박을 터뜨린 비결로 '가격'을 꼽았다.그간의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맛보단 가격에 훨씬 예민하단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을 찾아다닐 때마다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놀랐다"고 운을 뗀 뒤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 올 수 있던 비결도 사실 따지고 보면 적당한 맛에 합리적인 가격을 맞춘 '가성비'라고 생각한다"며 "지역도 사실 가성비에 보다 더 집중하면 충분히 고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그러면서 "사람들이 연휴에 테마파크와 지역축제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테마파크보다 지역축제가 더 가성비가 좋다는 걸 알리면 된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테마파크보다 지역축제 물가가 더 비싸단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격 조정과 관련해서도 충분히 타협이 가능하단게 백 대표의 지론이다.그는 "중국음식점을 예로 들면 유동인구가 없는 지방에서 배달도 하면서 탕수육·깐풍기같은 요리까지 다 만들려다보니 답이 안나오는 것"이라며 "우리도 지역상인들에게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배달하지 말고,메뉴 늘리지 말고,짜장면과 짬뽕처첨 대중적인 메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알려주고 있다"고 소개했다.다만 "가격을 갑자기 내리면 상인들은 일정 기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이 부분만 지자체와 함께 잘 견뎌주면 그다음부턴 지속 가능한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왼쪽)와 김태흠 충남지사(오른쪽)가 충남 예산시장을 찾은 모습/사진제공=충남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왼쪽)와 김태흠 충남지사(오른쪽)가 충남 예산시장을 찾은 모습/사진제공=충남도

◆ "전통시장·지역축제 경험하니 사업 방향성 정해져"

백 대표는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이후 더본코리아의 사업 방향성이 뚜렷해졌단 입장이다.그는 "상장을 앞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미래가치가 무엇인지 따져볼텐데 우리의 방향성을 고민할 시점"이라며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우 브랜드의 수명이 예전에 비해 많이 짧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새로운 브랜드의 개발과 더불어 또다른 방향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우리는 메뉴개발과 운영노하우,정기예금 금리 순위홍보 등에 강점이 있는 회사"라며 "지역상권과 접점,협업경험이 많은 만큼 이런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 더본코리아에도 새로운 사업 방향성인 만큼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란 얘기다.

해보고 싶은 사업 아이디어도 많고 무엇보다 지역의 전통시장과 낡은 건물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했다.대도시에선 보기 어려운 차별화가 가능해서다.백 대표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타임아웃마켓'이란 곳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마침 예산군에 방치된 방적공장이 골칫거리라고 해서 허물지 말고 살려보자고 제안했고 지금 한국판 '타임아웃마켓'과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지역에서 불러준다고 무조건 응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백 대표는 "지금도 다양한 지자체에서 연락을 주지만 지역 상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들어가지 않는단 원칙"이라며 "지역 내에서 서로 돕고 열심히 참여하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아울러 "우리가 자선단체가 아니고 기업인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당연히 수익도 내야 한다"며 "그렇지만 이젠 국민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커가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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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예산시장 임시 천막안에 놓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사진=이창명 기자
지난달 31일 예산시장 임시 천막안에 놓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사진=이창명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3시간을 운전해 찾아간 충남 예산시장.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실행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현재는 예산시장 주건물이 안전문제로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20여개 음식점들이 밖으로 나와 '예산장터광장'이란 임시 천막을 달고 손님맞이에 나선 상황이다.이날 오후 1시쯤부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과 젊은층 등 다양한 방문객들이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테이블이 금세 채워졌다.주변엔 주차장 빈자리를 보고 들어오는 차량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대낮부터 불판을 빌려다 삼겹살을 굽는 자리가 적지 않았고,5000~7000원 하는 다양한 메뉴를 사서 가져다 나눠먹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예산시장 관리 매니저들은 "지금은 리모델링 기간이고 평일 낮이라 고객이 평소보다 적은 편"이라며 "저녁부턴 자리가 없다"고 귀띔했다.

예산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89개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된다.주민등록 인구는 7만8359명(5뭘말 기준)에 불과하다.하지만 예산군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시장에 온 방문객이 370만명에 달했다.올해도 벌써 210만명(이달 2일 기준)이 다녀갔다.지난해 9월1일부터 사흘간 열린 예산 맥주페스티벌엔 24만6000여명이 몰렸다.최근까지도 평일 1만5000여명,주말 2만5000여명이 매일 예산시장을 들르고 있단게 예산시의 설명이다.

예산시장에서 판매하는 카스테라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이창명 기자
예산시장에서 판매하는 카스테라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이창명 기자
예산시장 일대만 살짝 벗어나도 예산군은 다른 지방 소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하지만 시장에 가까워지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낡은 건물의 매력을 살린 '뉴트로' 감성의 상가들과 새 단장을 기다리고 있는 건물들도 많이 보이고,리모델링이 한창인 시장 주건물 안에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오후 3시부터 판매하는 카스테라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지만 이미 기다리는 줄이 길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예산시장의 변신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지역 상인들도 놀랍단 반응이다.충남 지역 안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예산군이 불과 1년새 전국 각지에서 찾는 명소가 됐기 때문이다.특히 예산시장은 이전까지 예산군의 골칫덩이에 가까웠다.이곳에서 20년 넘게 떡집을 운영했다는 한 떡집 점주는 "다른 시골 시장과 마찬가지로 고령의 노인들이 고무신을 사러 오는 이미지"였다며 "여자화장실이 무서워서 가지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 이렇게 사람이 많은게 신기하다"고 전했다.

아예 업종을 전환한 가게도 있다.한 업주는 최근까지 시장 안에서 갈치를 팔다가 지난주부터 5000원짜리 돼지고기 국밥을 팔기 시작했다.그는 "갈치가 너무 비싸서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아예 국밥을 만들어 팔아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예산시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지역의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무엇보다 예산시장이 지역특산물인 사과와 쌀을 활용해 과일음료나 막걸리를 제조해 성공시킨 사례들에 관심이 높다.
예산시장 장터광장 임시천막의 외부모습/사진=이창명 기자
예산시장 장터광장 임시천막의 외부모습/사진=이창명 기자
그간 예산시장이 안착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다들 단숨에 대박이 터졌다고 짐작하지만 준비기간이 예상보다 길었다.2018년 8월 예산군이 국토교통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후 운영하던 신활력창작소 안에 백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이 자리를 잡은게 출발점이다.이때부터 기업과 지자체가 손을 잡고 5년6개월간 꾸준히 공을 들여 키운 결과물이 예산시장인 셈이다.

게다가 방문객이 늘어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와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임차상인이 나오면서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대도시 상권에서나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백 대표가 재단을 통해 건물을 사들이면서 갈등이 봉합되긴 했지만 또다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정기예금 금리 순위그럴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없단 점에서 예산군의 고민도 깊은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예산군 안팎에선 "예산시장 덕분에 지역경기가 살아난 것만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반가운 소식도 들렸다.예산군이 지난해 89개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인구가 증가한 9개 지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9개 지역 중 사실상 대도시권인 대구 서구와 부산 동구 다음으로 인구가 많이 증가(969명)했다.내포신도시 등을 통해 정주 인구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여기에 예산시장과 같은 지역상권 활성화로 지역으로 오는 생활인구까지 늘어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단게 예산군의 분석이다.

맹영주 예산군 경제팀장은 "정확한 경제효과까지는 집계되지 않지만 지역 내에서 소비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며 "예산시장도 올 9월 오픈스페이스 재오픈을 목표로 리모델링을 하고 주차장도 더 확보하는 등 준비 중인 다양한 사업들이 있어 지역사회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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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적(50)씨가 지난해 낸 산문집에 수록된 글 ‘쓰레받기’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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