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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6 병원장들,'6월 4일 vs 7월 15일' 두고 고심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의료계 "돌아올 리 만무"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 마감 시한이 하루 지난 16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이탈 관련 호소문이 붙어 있다.2024.7.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 마감 시한이 하루 지난 16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이탈 관련 호소문이 붙어 있다.2024.7.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이유진 기자 = 1만 명의 전공의들이 결국 정부와 병원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각 수련병원들이 일괄 사직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이 하반기 모집 자체를 반대하는 데다 혹여 모집을 한다 해도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의료 공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들은 전날 밤 긴급 회의를 열고 사직·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사직서를 일괄 수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15일까지 복귀·사직 여부에 대해 답해달라'는 수련병원들의 요청에 결국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집계 결과는 그 참담한 결과를 잘 보여준다.전공의들이 복귀·사직 여부를 알려야 했던 15일에도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중 근무 중인 인원은 1155명.여전히 8%대에 그쳤고,라이스코어사직률은 0.82%에 불과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2024.7.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2024.7.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6월 4일?7월 15일?…병원들 사직 시점 두고 고심 깊어

이에 병원들은 응답을 하지 않고 복귀도 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물론 교수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 총장은 뉴스1에 "어젯밤 늦게 빅5 병원장들이 복귀에 무응답한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기로 결정하고 우리 병원에도 동참해달라고 연락이 왔다"며 "아마 빅5가 사직 처리를 시작하면 다른 대학병원들이 동참할 것 같다.우리도 상황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오늘내일 병원들이 사직 처리에 나설 듯하다"며 "교수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사직 시점이다.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2월을 기준으로 사직 처리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사직 시점이 6월로 되면 4개월간 병원을 무단 이탈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대병원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병원 측에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로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퇴직금 등의 문제로 병원과 전공의간의 계약상 2월 사직서 수리를 할 수는 있지만,수련 일정 등 공법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해제한 6월 4일부터 적용된다고 못박고 있다.사실상 6월 4일 이후로 사직서를 처리하라는 이야기다.

수련병원들도 이를 두고 고민을 이어왔다.다만 전공의들이 원하는 2월 29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6월 4일과 7월 15일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간밤에 빅5 병원과 고려대병원 원장이 모여 6월 4일과 7월 15일을 두고 최종 논의한 건 맞다"면서 "근데 각 병원마다 입장들이 있으니 통일되게 어느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은 가장 먼저 결단을 내리고 16일 오후 3시쯤 전공의들에게 '사직 합의서'를 발송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은 7월 15일로,사직 효력 발생 시점은 2월 29일'로 정했다.

2월 29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한 것은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6월 4일부로 해제됐기 때문에 공법상 효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개인의 정산 문제는 병원과 전공의들끼리 계약 관계에 따른 것으로 이 부분을 2월로 정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병원들은 막판까지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특히 병원들이 6월 4일과 7월 15일을 두고 고민하는 데는 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고려대 병원 전공의들의 경우 사학연금에 가입돼 있고,삼성서울·서울아산 병원 전공의들은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사학연금은 본인이 적립한 걸 받는 거라 사직 시점을 언제로 하든 본인들이 일했던 2월까지 쌓인 사학연금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서울과 서울아산의 경우 일반 직장처럼 사직을 할 경우 14일 내에 퇴직금을 정산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시간상 수리 시점을 7월 15일로 맞출 가능성이 높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2024.7.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2024.7.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사직서 수리돼도…전공의들 '하반기 모집' 응시 안할 듯

정부가 이처럼 각 수련병원들에 사직서 수리를 채근한 데는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사직 후 1년 내 재지원 제한 완화,라이스코어모집과목 제한 완화)를 적용해 오는 9월 모집을 통해 수련병원에 들어올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련병원에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처리를 완료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해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에 요청하면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조금이라도 돌아오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런 대책을 내놓았지만 교수나 전공의들의 반응은 영 좋지 못하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2일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된다면 9월 추가모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38명 중 342명(63.6%)가 "9월 추가 모집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 의대 교수는 "정부의 이 조치는 전공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전공의들끼리의 분열은 물론 스승과 제자 간의 신뢰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이런 잔꾀에 돌아올 리도 만무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공의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한 사직 전공의는 "이참에 지방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올라올 거라느니 하는 근거없는 갈라치기와 수도권 전공의 협박은 참으로 어설펐다"며 "좀 무서울 만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속 보이는 이야기를 하니 전공의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런 정책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는 전공의들의 감정만 더욱 상하게 할 뿐"이라며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이제와서 저걸 이용해 돌아갈 전공의는 있어봤자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거라는 건 정부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는 이상 올해 안에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적어도 내년 설까지는 이 상태가 지속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3월이 돼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방법은 없다.정부가 '수련 특례'를 9월 모집에 한해서만 적용하기로 하면서 내년 3월 모집에는 전공의들이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의대 교수는 "만약 정부에서 내년 초에도 특례를 적용한다고 해도 전공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돌아오려고 할까 싶다"면서 "답이 안 보이는 상황만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의료 현장을 우리들만 이렇게 걱정하고 있다는 게 참 슬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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